도기권 굿모닝증권 사장은 "해외파"다.

미국 듀크대 MBA(경영학석사)를 거쳐 미국 씨티은행에서 14년간 근무했다.

1998년 12월 굿모닝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엔 씨티은행 태국현지법인 사장을 지냈다.

그는 해외파답게 격식보다는 실리와 합리성을 중시한다.

경영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CEO(최고경영자)의 "색깔"은 아래로 번져갔다.

굿모닝증권에선 "톱다운"방식의 개혁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이 회사에서는는 "한국적이지 않은" 변화가 생겨났다.

"변한 것 보다 변하지 않은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빠르다"는 도 사장의 표현처럼 굿모닝증권은 지난 2년여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물론 그 변화들은 굿모닝증권의 성적표로 나타났다.

영업용 순자본비율 5백30%,수익규모 업계 3위(2000 회계연도 상반기 기준)란 실적을 거뒀다.

회사 규모(업계 7위)보다 알찬 실속을 챙기는 탄탄한 회사로 탈바꿈했다는 얘기다.

97년말 들이닥친 외환위기 이후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렸던 쌍용증권(굿모닝증권의 전신)을 확 달라지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 지배구조다.

도 사장은 "해외의 선진 경영기법을 전수받았다고 다들 말하지만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결정기구와 집행기구가 엄격히 구별되는 굿모닝증권 특유의 구조가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린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굿모닝증권은 H&Q AP,롬바드,IFC 등 세계 유수의 투자기관이 대주주다.

대주주가 관장하는 이사회는 주요 경영성과 평가나 관련 안건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기구로 멤버는 비상근이다.

반면 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회사 살림을 맡고 있다.

두 그룹은 "견제와 조화"를 유지한다.

당연히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도 가능하다.

도 사장의 차별화 마케팅은 업계 벤치마킹 대상 1호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업계에선 처음으로 만든 온라인 전문브랜드 "goodi".

출범 3개월만에 인지도와 고객계좌수가 2배로 뛰었다.

브랜드 평가 전문업체인 브랜드스톡은 2000년 결산에서 "1위 온라인 증권브랜드"로 선정했다.

지난해 여름 선보인 금융상품 브랜드인 "산타클로스"도 비슷하다.

투명과 정직을 의미하는 단어를 상품명으로 고르는 직설적 마케팅 기법으로 화제속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뿌리 내렸다.

도 사장 체제의 굿모닝증권은 영업분야는 물론 기업문화 인사 시스템 등에까지 변화를 가져왔다.

1년중 한번은 장기간 쉬면서 충전하는 리프레시(refresh)휴가제를 도입했다.

본사 직원들은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한다.

상사뿐 아니라 부하 직원도 윗사람을 평가하는 쌍방향 인사평가제를 실시중이다.

그룹웨어인 "Notes"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회사일을 실시간으로 전파한다.

오후 6시면 어김없는 도 사장의 "칼 퇴근"은 기업문화도 혁신중이다.

"사장의 야근이란 뭔가 잘못된 것이다.

능력이 없던가,아니면 과도한 업무를 실무진에게 나눠주지 않았던가 둘 중 하나다."

도 사장의 지론이다.

도 사장은 공을 들여 또다른 변화를 시도중이다.

바로 "최고 수준의 고객만족도 실현"이다.

온종일 전화에 시달리느라 직접 찾은 고객들에게 소홀하기 쉬운 지점 실정을 감안해 콜센터를 갖췄다.

서울 경기지역 지점에 걸려온 전화는 이곳에 집중돼 24시간 내내 응답된다.

지난해 1월엔 Q&S팀을 신설해 고객만족도 조사를 시작했다.

"고객중심 경영"은 결국 고객 만족도에서 출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증시 부침에 따라 이익이 결정되는 증권산업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도 활발히 시도중이다.

지난해말 시작된 "신지점 영업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약정 위주의 시장점유율 확보보다 자산과 계좌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도 사장은 굿모닝증권의 비전으로 "고객.주주.사회를 위한 경영"을 제시했다.

그는 "투명한 경영,탄탄한 재무구조,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며 "그렇게 되면 생산성 1위,직원만족도 1위,고객만족도 1위인 증권사란 평가도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