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지연이나 학연에 덜 얽매여 있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수 있도록 돕는 소비자운동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송보경(56) 서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운동 1세대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30여년동안 한국의 소비자운동의 역사를 써 온 그녀는 한국 NGO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송 교수가 시민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67년 서울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직후.

이스라엘의 협동조합을 연구하던 대학 은사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배운 학문을 현장에 접목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농어민과 저소득층의 부채탕감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운동(Credit Union Movement)"에 몸을 던졌다.

서울 구로공단 근로여성들을 교육시키는 데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강원도 두메산골과 흑산도 등 전국 어디라도 찾아다니며 가난한 이들에게 저축만이 살길임을 호소했다.

그후 "새마을금고"로 자리잡은 신용협동조합운동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첫 작품"에 해당한다.

송 교수가 펼친 사회운동이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그녀가 소비자운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가지 기본원칙 때문.

도덕성에 기초해 합법적인 데서 일한다는 것이다.

기업인을 만날 때는 반드시 여러명이 함께 합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과학적 실증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문가 집단의 지원을 받는다.

시민의 모임에 가입한 4만5천여명의 회원중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가집단은 조사.연구 작업에 모든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난 86년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피해구제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에 "약관규제법" 제정을 촉구,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송 교수의 시민의 모임은 한국 NGO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해 11월 1백20여개국 2백5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소비자기구(CI)의 부회장으로 선출돼 국내 소비자운동의 국제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송 교수는 "한국 소비자운동의 경험을 살려 아시아지역 등 제3세계에서 올바른 소비자운동이 이뤄질수 있도록 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