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정보고속도로를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자전거나 타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자동차가 쌩쌩 달리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예요"

최근 한국콘텐츠사업연합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최동휘 텔레닷컴 사장은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최 사장은 "e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 성인방송이나 보려고 떼돈 들여 정보고속도로를 깐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 사장의 말대로 한국은 정보고속도로(초고속 정보통신망)에 관한 한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정부는 작년말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2단계 사업을 끝냈다.

이에 따라 전국을 광케이블로 잇는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됐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4백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대비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8.5%로 미국(1.0%)이나 일본(0.4%)보다 높다.

문제는 디지털콘텐츠다.

정보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없다.

양질의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돈 내고 이용할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고 불평한다.

인터넷영화든 온라인교육이든 인터넷방송이든 신통치 않다는 것.

이에 대해 콘텐츠업계는 "돈을 내지 않으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콘텐츠 산업은 흔히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6백96억달러에 달했고 연평균 33.8%씩 성장, 오는 2004년에는 2천2백2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콘텐츠 산업을 ''한국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라고 말한다.

콘텐츠 제작에는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자원이 부족하고 인력이 풍부한 한국으로서는 한번 도전해볼 만한 산업이란 얘기다.

그런데 콘텐츠 업체들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업체는 1천2백여개.

지난해 이들이 올린 콘텐츠 관련 매출은 1조2천억여원이었다.

업체당 평균 10억원을 번 셈이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이 벤처기업에 적합하다고는 하지만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

더구나 이들의 수익모델은 한계를 드러냈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부가서비스로 돈을 벌겠다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여전히 공짜 콘텐츠만 찾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과제는 저작권자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다.

콘텐츠 사업자로서는 창작물을 디지털화한 사업자에 권리(디지털화권)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선뜻 큰돈을 들여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기 어렵다.

애써 개발한 콘텐츠가 도용당하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화권에 대한 저작권자들의 반대와 관련, KOCN의 신광승 사장은 "하나의 창작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원소스.멀티콘텐츠 시대에는 저작권자와 콘텐츠사업자는 파이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 오완진 홍보팀장도 "디지털콘텐츠법에서 저작권을 더욱 강화한다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