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thkim49@mpb.go.kr >

얼마전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이 공식 발표됐다.

이번 발표로 인간 염색체의 염기서열정보와 유전자의 위치 및 숫자 등 사실상 인간생명 구조가 밝혀진 셈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유전자를 찾아내고 질병을 통해 유전자의 기능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연구해 왔지만 이제는 게놈지도를 보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게놈지도 완성을 신의 영역으로 간주해온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달 착륙을 능가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발표로 매우 복잡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간의 유전자 구조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주 단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유전자 수(2만6천∼4만개)가 애기장대(2만5천개)나 과실파리(1만3천개) 등 식물이나 벌레와 큰 차이가 없고 절반 정도는 벌레들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아,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됐다고 당혹해할 것까지는 없다.

생명체의 복잡성 여부는 유전자 수보다 유전자간의 상호작용과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니 말이다.

그러나 게놈지도 완성이 인류의 행복만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같다.

유전자 우열형질의 분리는 인간차별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고 게놈연구에 참여했던 선진국들이 권리를 주장한다면 나라간에 유전자 정보격차가 빚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개인의 유전자정보가 공개돼 취학 취업 결혼 등 일상생활에서 차별받게 된다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게 된다.

앞으로는 개별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될 것같다.

이를 통해 질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법도 머지않아 찾아 낼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게놈시대에 우리가 간과해서 안될 것은 유전자정보는 반드시 인간의 존엄 자유 인권을 존중하는 범위내에서 이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생로병사가 수록된 생명의 책이라고 할 인간게놈지도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기준과 윤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