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스코어에의 집착.

골프는 ''첫사랑''과 참 많이도 닮았다.

어제 모임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꺼냈다.

"첫사랑은 골프와 비슷하지요?"

물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첫사랑에 가슴을 데어본 이들이 그 비슷한 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첫홀,OB를 각오해야 한다…이루어진 첫사랑이 얼마나 되던가?

대부분 빗나가는 그것처럼 골프도 마찬가지다.

첫홀의 OB나 미스샷이 필수 선택사항이듯.

찰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다…첫사랑은 대부분 첫눈에,한순간에 매료되어 버리고 만다.

골프도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0.3초도 되지 않는 임팩트 순간에 골퍼의 눈과 귀와 손은 전율을 느끼며 마비되지 않던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너무 긴장된다…잘하려고 마음 먹을수록 손 떨리고 말 실수하던 첫사랑처럼 골프도 그렇다.

잘하려고 할수록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바람에 헛스윙을 하거나 다 잡은 버디를 놓치곤 한다.

내가 왜 이런 형편없는 실수를 했나,금세 후회하지만 이미 쏘아버린 화살이 되어있을 뿐이다.

돌아서겠다는 결심이 오래 가질 못한다…가슴에 비수를 꽂는 상대.

두 번 다시 찾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가도 한 번만 다정한 시선을 받으면 쉽게 맹세해 버린다.

골프도 그렇다.

18홀이 다 끝나도록,연습시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볼,''내가 왜 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이 고생을 해야 하나?

''관두고 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찬란한 한방''을 날리며 돌아서려는 마음을 붙잡아둔 게 한두 번이던가.

한 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이 부분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골프도 그럴까 싶었다.

하지만 골프를 무척 잘치는 최고수가 힘주어 주장한 바였으므로 하수들은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마지막으로 일행은 입을 모았다.

그래도 첫사랑보다는 골프가 희망적인 이유…''사랑은 아무리 연습을 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지만,골프는 그래도 연습하면 할수록 나아진다''는 점이다.

고영분 fox@golfsky.com www.golfsky.com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