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에서 건실한 지역은 단 한 곳,바로 유럽뿐이다"

지난 17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비스코 재무장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세계 경제 기관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번 G7회담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유럽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미국의 올 경제성장률이 1.7%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럽 경제에 대해서는 3% 성장을 점쳤다.

이어 20일 도쿄시장에서 유로화가치는 유로당 0.9229달러로 올랐다.

지난 15일 0.905달러(뉴욕시장 기준)를 기록한 이후 거래일 3일 만에 2% 급등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달러 독주가 끝나고 유로와 달러화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대 기축통화의 시대''가 개막되는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개 떨군 미국,기죽은 일본,득의양양한 유럽=지난해 9월 프랑스 G7재무회담의 화두는 ''유로화의 위기''였다.

유럽연합(EU)은 자존심도 팽개친 채 "유로화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일본 영국 캐나다 통화당국과 ''협조개입''해 유로화를 부양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그후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17일,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G7회담에 참석한 신임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얼굴에서 ''강한 미국''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닐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다른 나라 경제에 훈수 둘 의사가 없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불간섭주의를 되풀이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대신 "유럽과 일본은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월 위기설'' 등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대두된 상태.

이를 두고 니케이킨유(日經金融)신문은 19일자 기사에서 "일본은 의례적으로 언급할 것일뿐 사실상 미국이 유럽에 구제요청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자금의 역류조짐=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 행진에 돌입했지만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G7 성명서에서 유럽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미국과 일본은 유럽의 금리동결 방침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유로존(유로화 도입 12개국)의 기준금리는 4.75%.

아직은 미국(5.5%)보다 낮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양 지역간 금리가 비슷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가 연말께는 4.5∼5%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이 하반기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양 지역간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국 지역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던 유로머니가 유럽행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고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