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영 아이엠알아이(IMRI) 회장은 대북(對北) 전문가이자 벤처기업가이다.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인들은 대부분 유 회장을 통한다.

그를 만나야 현지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 회장은 이미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정부측도 대북사업과 관련,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그에게 자문한다.

이런 이유로 유 회장은 정부 각 부처 대북관련 16개 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유 회장이 대북 사업과 연(緣)을 맺은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80년대말 러시아에서 현지 과학자를 국내에 알선해 주는 일을 하면서 북한 사람들과 접촉이 잦았다.

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 북한 투자 컨설팅 업체인 국제경영연구원(IMRI)을 설립했다.

유 회장은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에 북측 경제단체를 소개시켜 주고 투자를 성사시키는 일을 맡아 왔다.

지난 98년에는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평양 대동강변에 평양전자제품개발회사와 합작으로 컴퓨터 모니터 생산공장을 설립, 직접 제조사업에도 나섰다.

이 공장은 단순 임가공 방식이 아니라 부지와 노동력은 북한이, 설비투자비와 인건비는 IMRI가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돼 남북경협의 표준모델로 통한다.

유 회장은 "IT(정보기술) 분야 교류는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핵심"이라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벤처기업가로서도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6년 단돈 5백40달러를 갖고 국내에 들어와 한 중소기업의 대북 컨설팅을 맡았다.

이 업체가 부도가 나자 헐값에 인수해 컴퓨터 모니터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유 회장은 인수한 첫해(98년) 17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99년 1백67억원, 지난해에는 4백30억원으로 매출액을 늘려 나갔다.

대약진을 한 셈이다.

그 결과 지금은 컴퓨터 모니터 제조업을 시작한지 3년여만에 IMRI를 업계 3위 업체에 올려 놓았다.

유 회장의 성공비결은 수출에 있다.

선천성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면서도 연간 2백일 이상을 해외로 돌아다니며 시장을 개척한 덕분에 연간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최대 할인매장인 월마트 등과 계약해 유럽 17개국 7백개 매장에 IMRI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진출을 더욱 강화해 수출 부문에서만 1억달러 가량의 매출실적을 올릴 계획이다.

유 회장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제품 주문이 폭주해 매일 밤 10시까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컴퓨터 모니터뿐 아니라 PDA(개인휴대단말기)용 솔루션 개발 등에도 박차를 가해 세계 어디서나 IMRI 제품이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해외 영업을 직접 뛴다.

독일에 매장을 개척하기 위해 1박2일짜리 출장을 무려 10번이상이나 다녀왔다.

최근에는 일본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남북한 소프트웨어기술을 접목한 다국어번역 프로그램 개발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