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기업은 꽃만 화려하다 한다.

그 꽃을 거름 삼아 열매 맺을 대부분의 기업들은 결국 전통 기업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 기업을 일군 CEO들에게는 남과 다른 무엇이 있지 않겠는가.

이 점에 착안해 ''CEO 마인드''(제프리 E 가튼 지음,형선호 옮김,중앙M&B,1만2천원)라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스스로가 경영학자이자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999년 후반에 전세계 40여명의 CEO들과 연쇄 인터뷰를 가졌다.

GE의 잭 웰치,AT&T의 마이클 암스트롱,도요타 자동차의 히로시 오쿠다,소로스 재단의 조지 소로스 등은 그 중 몇일 뿐이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학장인 저자가 자신의 학생들을 위해 유수의 CEO들을 초청,CEO들과의 본격적인 접촉을 시도했고 거기에 저자의 분석과 CEO에 대한 기대값을 덧댔다.

저자가 보기에 이들 ''위대한 CEO''들도 인터넷의 적용 정도를 고민하고 기업의 실제 주인인 주주와 종업원에게 제시할 비전을 걱정한다.

또 다국적 인재를 양성하는 문제에 집착한다.

기업 내 관료주의도 문제다.

이 책에 인용된 CEO들은 자신들 ''골리앗''끼리의 전면전을 더 걱정한다.

그들은 이미 골리앗들과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

상식에 가까운 조언과 로마시대 군단장에게 어울릴 재래전에서의 솔선수범,끊임없는 혁신 등의 주요 무기를 갖고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무기들을 죽 늘어놓는 흔한 경영 처세술이 아니다.

저자가 클린턴 행정부의 상무부 차관보로 미국 주도의 신경제 질서를 창조한 주역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저자에게 이 책은 처세술 팸플릿이 아니라 신경제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포석이다.

때문에 저자가 정리한 CEO상은 한 기업집단의 경영자보다는 훨씬 그릇이 크다.

경영은 물론 경제 체제,법률,정치·문화까지를 조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를 위해 자본주의 기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까지 언급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견해의 밑바탕에는 그 기업의 선장이라 할 CEO들이 이런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는 믿음도 깔려있다.

이미 창업주 경영체제의 어이없는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언제 이만한 그릇의 CEO상을 요구할 수 있을지 부럽다.

그들 사회의 최저 기준이 우리 사회의 최고 수준을 넘어선 것 같기 때문이다.

언감생심 이 책의 가르침을 실행할 욕심은 차치하고 이런 내용을 잉태해내는 그들 사회의 성숙이 부럽다.

이왕 새 출발할 우리 경제라면 전철을 답습하기보다는 아예 이만한 그림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박종영 엠에이컴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