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에너지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소비자물가의 압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1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300을 깨며 사흘 연속 하락, 지난 2년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섰다.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9.42포인트, 2.13% 떨어지면서 지난 99년 3월 이래 가장 낮은 2,268.93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4.30포인트, 1.90% 하락, 10,526.58을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255.27로 2.67포인트, 1.85% 빠졌다.

지난 사흘 내리 하락으로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8.2%, 다우지수는 2.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중 0.6%로 예상보다 높았다는 소식이 이날 증시를 짓눌렀다. 개장전 노동부는 1월중 소비자물가가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해 0.6% 오르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코어 지수는 0.3%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중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코어 지수 상승률은 각각 0.2%와 0.1%에 그쳤다.

이를 두고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다음달 20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과감하게 낮추지 못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그린스펀의 고민거리로 대두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물가상승은 수요가 견인한 것이기 아니라 에너지값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할 요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요로 인한 물가상승이라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올려야 하겠지만, 경제활동 참여자 전반에게 부과되는 에너지값이 상승한 경우에는 경기둔화 압력을 주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더욱 신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은 그린스펀 FRB의장이 소비자신뢰도 저하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를 최대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데 비추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주가 하락이 다시 경기하강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가파른 물가상승이 몰고온 뒤숭숭한 분위기에 투자등급 하향이 잇따랐다. 메릴 린치는 재고 증가를 들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깎아내리며 주가를 11.8% 내리밀었다.

블루칩 가운데는 코카콜라가 골드만 삭스로부터 투자등급 하향을 맞았다. 골드만 삭스는 마케팅비용이 늘어 코카콜라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투자등급을 낮췄다. 이날 P&G와 음료 및 스낵 부문에서 제휴키로 했다고 발표한 코카콜라의 주가는 6.1% 하락했다. 반면 P&G 주가는 1.4% 올랐다.

건강의료가 상승세를, 유틸리티가 강보합을 나타냈을 뿐, 네트워크, 컴퓨터, 인터넷 등 대부분 기술주와 금융 업종이 내렸다. 월마트, 홈디포 등 전날 실적기대를 충족하며 올랐던 유통주도 소용돌이에 빠졌다. 다만 기술주 가운데 반도체주는 강보합세를 보여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17% 상승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합병 이후 첫 연간 실적이 세전 순이익 기준으로 13% 늘었다고 발표하며 5% 가까이 상승했다.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광섬유 부문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6.0% 빠졌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