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이 본격 개막되면서 12월 결산 상장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폭락한 주가를 놓고 주주들의 항의가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분식회계 근절 등 회계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주총 대응 전략을 세우느라 엄청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올해도 변함없이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주총날짜를 일시에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는 3월16일에는 상장기업의 약 50%가 동시에 주총을 개최한다.

그룹 계열사들도 대부분 같은 날에 주총을 연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계기로 상장기업들의 주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으나 ''역시나''의 결과라며 한숨을 짓고 있다.

물론 상장사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주가가 크게 빠졌는데도 많은 배당을 주지 못하는 입장에서 주주들을 대하려니 여간 계면쩍은 상황이 아닐 것이다.

혹시나 일부 질이 좋지 못한 총회꾼들이 설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는 어떻게든 그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액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회사측으로부터 경영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주총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주총날짜를 일시에 집중시키는 것은 그들로부터 주주로서의 기본권을 빼앗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주총 당일의 모습도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한국의 주총은 시간이 짧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증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주총 평균 소요시간은 37분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의 경우 올라온 안건을 제대로 읽기조차 힘든 시간인 10분 만에 주총을 끝내기도 한다.

미국 상장기업은 주총 평균 소요시간이 2시간30분이고 독일은 평균 5시간 이상이다.

기업이 주주를 외면하면 결국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게 된다.

내년 주총시즌에는 상장사들이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근호 증권1부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