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장동에 있는 학산(대표 이원목)의 신발공장.

매주 목요일 퇴근시간이면 이 곳은 어김없이 두부 배급소로 바뀌고 만다.

이회사는 퇴근때 모든 종업원들에게 두부를 나눠 주고 있다.

강원도에서 재배한 국산콩을 가져와 공장안에서 정성껏 만든 두부다.

1백20여명에 이르는 종업원 한 사람당 3∼4모씩 돌아간다.

이원목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종업원과 함께 줄을 서서 두부를 받아 집으로 가지고 간다.

출장중인 직원은 가까운 곳에 사는 동료가 대신 전해준다.

학산의 두부 공급은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에 따라 시작됐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직원들의 먹는 문제를 회사에서 완전히 해결주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한 첫 사업으로 두부 나눠주기부터 실천하고 있다.

이 사장은 "몇년내 공장을 이전하면 공장 주변 땅에 농사를 지어 쌀과 배추 양념거리 등도 직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풀기를 좋아하는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려는 욕심에 자신은 회사내 사무실 가운데 유일하게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인들을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올해초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정문술 미래산업 전 사장과 중고 자가용 한대없이 평생을 보낸 박용진 전 이디 사장의 모범적인 ''나눔의 경영''이 중소·벤처업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자수성가한 중소기업인 중에는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펼쳐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해프랜트 김삼식 사장은 최근 수 년 안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종업원들에게 무상으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소각로 업체인 이 회사는 국내시장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수주활동을 펴는 등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김 사장은 회사가 성장한 것은 임직원이 함께 노력해 이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같은 신념 때문에 땀 흘리는 종업원들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흔쾌히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얼음과자 장사를 하며 공부한 기업인이다.

지주의 이국로 회장(프라스틱조합 이사장)은 동호인을 위해 사재 일부를 털기로 한 케이스.

재산 일부를 출연해 5년 안에 서울에 검도관을 짓고 검도대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생각이다.

약 3백평 규모로 검도관을 지어 검도의 프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검도 7단으로 국가대표로 뛴 적도 있다.

성실엔지니어링의 이동훈 사장은 서울 대방동 인근의 고아나 소년소녀가장 10명을 몸소 돌보고 있다.

올들어 저소득 가정의 자녀 5명을 추가로 보살피기 시작했다.

이 사장 자신이 고아출신으로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진 아픔을 겪은 만큼 어려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고 싶어한다.

어린시절 서울 중량천변 천막집에서 자랐던 그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생활비와 옷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나라도 더 나눌 때 기업을 경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인들의 말은 티없이 맑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