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알로에 마케팅 담당 조선희(46) 이사.

중견 기업의 마케팅 임원이 여성이란 점이 이색적이다.

더 특이한 것은 조 이사가 디자이너라는 점.

기업경영의 핵심 부문인 마케팅을 여성 디자이너가 맡고 있다는게 생소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명료하다.

"조금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 경영을 중시하는 남양알로에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조 이사가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게 된 건 지난 99년 4월.

주력제품인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의 시장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돌파구를 찾던 남양알로에는 디자인 경영을 축으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그 맨 앞에 디자인실 부장이던 조 이사를 세운 것.

처음엔 "마케팅 전문지식이 없는 디자이너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 이사가 마케팅을 책임졌던 작년 한해동안 남양알로에는 매출을 39%나 늘렸다.

모든 디자인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 통일된 제품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낸 결과다.

조 이사는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 수립한 마케팅 기법과 디자인의 창조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현장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마케팅 전략에 반영한 치밀함도 효과를 나타냈다.

조 이사는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이 대단하다.

홍익대 미대 출신인 그는 대한펄프에 근무할 때 실내장식 개념을 넣은 미용티슈 박스를 디지인해 히트시켰다.

순수 국산 캐릭터인 "보솜이"를 개발해 연간 3억원의 해외 로열티를 줄이기도 했다.

또 지난 99년 디자인한 알로엔느라는 화장품 디자인은 "밀레니엄 프로덕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공로로 작년말엔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개인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조 이사.

그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적 감각을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460-883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