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외건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54억달러에 그쳐 1999년 92억달러의 59%에 머물렀다.

최고치에 달했던 97년과 비교하면 39%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 결과 4%대를 유지하던 한국의 세계건설시장의 점유율도 2%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건설 한국''이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해외건설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국내 요인에 의해 초래된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건설이 가능한 시공능력 1백위까지의 건설업체중 39개가 부도,화의 및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여기에는 해외건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0대 건설업체중 대우 동아 쌍용 신화 등 4개업체가 포함돼 있다.

더욱이 건설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건설마저 1년 넘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을 정도다.

◇무엇이 위기를 불러왔나=해외건설의 위기는 업체난립에다 일감부족으로 고사상태에 빠진 국내 건설업의 위기로부터 촉발됐다.

국내 건설업은 외환위기 이후 업체수는 2배 증가했으나 일감은 80% 수준으로 줄어 공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면허개방으로 진입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으나 수주에 의존하는 업종 특성상 퇴출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물량 격감으로 필연적으로 초래된 결과다.

이러다 보니 국내 건설업체는 동반부실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해외 발주자 입장에서는 장래가 불확실한 국내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길 수 없게 됐다.

우리 해외건설이 위기를 맞게 된 요인이다.

◇위기 방치시 예상되는 문제점=우선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에 따른 중동특수의 호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사무국에 따르면 중동지역의 석유수출은 99년 1천5백15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천9백43억달러로 증가했고 올해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석유 석유화학 가스부문의 공사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위축됐던 동남아시장에서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주기회 상실 못지 않게 염려스러운 점은 이미 수주한 공사에 대한 계약이행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미 리비아 정부는 동아건설이 시공중인 대수로 공사에 대한 계약이행 차질을 이유로 13억달러 규모의 배상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해외건설업체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경우 유사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우리 건설업체는 현재 61개국에 걸쳐 5백11개 현장에서 5백2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중에 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나=해외건설 위기가 국내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된 만큼 대책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건설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대외신인도 제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측면에서의 응급대책도 동시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응급대책으로는 국책은행을 통한 보증확대가 시급하다.

현재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해외공사의 50% 정도를 보증하고 있으나 발주처에서는 대부분 국책은행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BIS 비율과 건설업체의 높은 위험도 등을 감안해 추가 보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 정산계정 설치를 통해 건설업체에 대한 리스크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리스크 분리를 전제로 국책은행이 추가 보증에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현물출자 등을 통해 국책은행의 보증여력 확충도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대우에 대한 보험사고로 보험인수 여력이 크게 축소된 수출보험기금에 대한 추가출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전문위원.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