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스 노텔네트워크스 인텔 같은 간판 기술주들이 최근 악재를 쏟아내면서 올 하반기에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에 강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올해는 포기하고 2002년 증시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결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노텔의 1만명 감원발표는 가뜩이나 냉각되고 있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로스는 "경기 둔화가 2001년 4.4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은 20일 수억달러의 비용절감 계획을 밝혀 또 한차례 타격을 가했다.

이런 상황을 가져오게 한 주범은 PC, 통신기기 및 휴대폰의 재고악화다.

지난 99년 하반기의 과도한 낙관론이 화근이었다.

당시 기업들은 주요부품이 바닥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부품공급업체들에 대한 주문을 2~3배로 늘렸다.

시스코와 노텔,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지난해 4.4분기 재고는 52%나 급증한 1백37억달러어치로 불어났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합계가 2백14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월가의 간판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기술주 분석가 댄 나일은 "3∼6개월 후면 시스코 노텔 루슨트 등 대형 업체들이 부품 공급업자들에게 가격인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점쳤다.

재고자산의 유지비용도 골칫거리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코의 분석에 따르면 PC 재고를 1년반 동안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소비자가격의 86%에 달한다.

무선 전화기의 경우 46%, DVD기기는 61%에 이른다.

트랜스메리카 펀드의 증권책임자인 제프 반 하트는 "하반기에도 기술주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물론 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기초해 움직인다.

따라서 올해 경제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곧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복이 1.4분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투자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42억달러 규모의 기술주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퍼스트핸드 펀드의 켄 펄만 조사이사는 "바닥이 6개월이나 9개월에 걸쳐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성장세가 재개되고 재고가 줄어들면 기술주 장기성장 흐름은 되살아날 것이라며 이렇게 결론 맺었다.

"PC 전화기 통신제품에 대한 잠재수요는 여전히 크다. 정상적인 성장률이 되살아나면 재고는 사라지고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기술주로 몰려들 것이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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