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아자부에 자리잡은 주일 한국대사관에서는 올들어 환송 및 환영회가 잦아졌다.

직원들의 자리바꿈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연시면 정부 부처마다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게 관례니 대사관 직원들의 얼굴이 바뀌는 것은 이상할게 없다.

공무원들을 여러 자리에 순환 근무시키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과 국가의 내일을 위해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주일대사관의 최근 자리교체 바람은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석이 없지 않다.

일부 부서의 경우 썰물을 연상케 할 만큼 인사폭이 큰데다 업무의 연속성을 배려한 흔적이 거의 없다.

주일대사관에서도 경제 분야는 특히 자리 이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었다.우선 대사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대일 경제외교를 총괄하는 ''공사''가 바뀌었다.

공사 바로 밑의 참사관과 과장 자리도 새 얼굴로 채워졌다.

산업자원부와 노동부 등 경제부처에서 직접 파견하는 주재관도 최근 잇달아 서울로 돌아갔다.

경제공사는 전임자가 지난 1월말 새 임지로 떠났지만 후임자는 한달이 다 돼가도록 부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폭적인 물갈이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업무공백까지 우려될 정도의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일본은 경제외교에 관한한 미국과 함께 가장 전투가 치열한 최전선이다.

한국이 1년내내 벌어들인 무역흑자를 몽땅 잡아 먹는 곳도 일본이다.

정부는 대일 경제현안을 꼽을 때면 무역역조 시정과 투자유치, 기술이전 등의 문제를 꼭 거론한다.

일본관료들을 상대로 줄다리기를 벌일 때면 주일대사관에 교두보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일본 관료들을 설득하고 목청을 높여야 할 경제외교의 첨병들은 이처럼 단기간에 새 얼굴로 바뀌었다.

''경제전투''를 지휘할 사령탑은 부재중이다.

정치학자 출신의 최상룡 주일대사는 최근 도쿄 한국주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약한 부분이 경제''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대사가 힘들어 해도 측근 경제브레인들이 잘 보좌하면 걱정할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일대사관 경제외교팀의 간판은 내려져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