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장석남씨(36)가 신작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 온 통증"(창작과 비평사)를 펴냈다.

장씨는 1965년 인천앞바다 덕적도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젖은 눈"등을 출간했다.

현대문학상과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장씨는 한때 박철수 감독의 영화 ''성철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어느 깨달음이 저보다 더 어여쁜 자세가 될 것인고/무엇이 저렇듯 오래 젊어서 더더욱 찬란할 것인고/강을 건너는 것이 어디 나뭇잎들이나/새들 뿐이던가…/저-밑바닥에서 지금 무엇이 가라앉은 채 또한 강을 건너고 있는지/때로 강의 투명은 그것을 보여주려는 일/이 세상에서 나온 가장 오랜 지혜를 보여주려는 일//가장 낮은 자가 가장 깊이 삶을 건너는,/가장 가벼운 자가 가장 높이 이승을 건너는,''(강1 중)

장씨의 시는 흐르는 강물처럼 고요하고 부드럽다.

별 파도 달 풀 돌멩이 나무.

장씨는 일상적인 자연물을 나즈막한 어조로 노래한다.

''감정의 사립문을 은근하게 반쯤 열고 있는'' 장씨의 시는 국악으로 치면 걸쭉한 판소리보다 단정한 가곡(歌曲)에 가깝다.

은근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혹자는 장씨를 두고 ''언어의 군더더기와 자의식의 분비물을 혐오하는 깔끔한 시인''이라고 했다.

''우리는 늙으면/저녁 별을 주로 보게 될 것이다/우리는 늙으면/문턱에 앉아서 부는 바람도 느껴볼 것이다/우리는 늙으면 매일/저녁 별 보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보이지 않는 날도 잊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늙으면/늙음 끝까지 신작로를/바라보고 창문 아래에/앉아서/저녁 별을 볼 것이다/그리고 먼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수묵정원7 전문)

맑은 이미지로 빛나는 시편들은 오솔길을 걷는 듯 서늘하면서도 잔잔한 기쁨을 안겨 준다.

''몇 포기 저녁 별이 연필 깎는 소리처럼 뜰 때''시인은 ''영혼의 밧줄''을 풀어 마당에 배를 묶는다.

배는 곧 시인의 실존이며 시 자체 이기도 하니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

시인에게 시 쓰기는 배(시)를 매고 또 미는 일이다.

배(시)를 세상으로 한껏 밀어낼 때 다시 자신에게도 밀려들어오는 배(시)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때 술값이 아까워 춤도 출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 재즈 카페를 차린 적이 있을 만큼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장씨는 현재 성북동에서 두 아이와 아내와 함께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장씨는 "나의 삶이 음악과 같아지기를 꿈꾼다"며 "시는 음악까지 타고 가야할 뗏목"이라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