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텐진(天津)모니터공장의 고태일 사장은 중국 모니터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그의 결정에 따라 가격판도가 달라지기 때문.

그 만큼 삼성모니터의 중국시장지배력은 막강하다.

작년 삼성의 자가브랜드 모니터 판매대수는 1백7만대로 전체 시장의 30.5%를 차지했다(중국신식산업부 산하 조사기관인 CCID집계).

시장점유율 1위다.

텐진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한 98년이후 불과 3년만에 필립스(25.7%)를 누르고 업계선두가 됐다.

대리점을 확실히 장악한 게 최대 성공요인이었다.

삼성은 전국 주요 도시 10개 지역에 총대리점을 두고 그 산하에 1백여개의 2급대리점을 뒀다.

특이한 건 베이징(北京)사무소의 과장급 직원 한 명이 이 대리점을 관리하고 있는 점이다.

혼자 어떻게 탈도 많고 사고도 많은 중국 대리점을 1백10개나 총괄할 수 있을까.

비결은 현금결제 체제였다.

삼성은 톈진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부터 돈을 입금시키지 않은 대리점에는 물건을 내주지 않았다.

이것은 생산개시전에 유통망을 완비,''선(先)유통-후(後)생산 체제''를 갖춰놓았기에 가능했다.

현지생산개시 3년전인 지난 95년부터 수입판매 과정에서 대리점망을 구축,''현금장사''체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제품을 무턱대고 생산,밀어내기 식으로 대리점에 외상 물건을 줘야 하는 맹점을 피했다.

현금결제라는 채찍과 함께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6% 이상의 순익을 보장하겠다''고 선언,''삼성모니터를 팔면 돈을 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또 연말에 대리점별 영업실적을 집계,목표치 달성 정도에 따라 자금지원을 포함한 두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모니터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예민한 가격정책''이었다.

삼성은 전문 시장조사기관에 의뢰,가격동향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주 단위로 가격 움직임을 보고 받는다.

이 보고를 토대로 시장 수급상황을 감안,대리점 공급가격을 제시한다.

한 발 앞서 도매가격을 결정,시장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가격정책 덕택에 "삼성의 가격이 곧 중국 모니터 가격"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