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달들어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신.증설이나 신규투자로 이어지기엔 시장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고 본다.

이에따라 경기가 2월을 저점으로 ''V''자형 급반등 국면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U''자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기 등이 악화될 경우 국내경기는 저점이 길어지는 ''L''자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 정명창 한국은행 조사국장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빠른 속도로 둔화됐으며 최근까지도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5.3%로 전망하였으나 그 후의 경제상황 변화를 고려하면 성장률이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부터는 미국경기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우리 경제도 하반기께부터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일관성있게 추진하여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함과 아울러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 김석중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 =생산.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향후 내수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물건을 사야 할 소비자들이 아직 추위를 타고 있다.

구조조정 위협에 직면하고 기대소득마저 낮아진 소비자들이 앞날을 불확실하게 보자 생산경기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가계대출로 돌리면서 국민 1인당 6백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남의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소비자가 늘자 금융회사들도 가계대출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소득격차 확대로 고소득자가 그런대로 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는 외제수입품 등 고가품에 한정돼 전반적인 경기진작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경기 회복의 물꼬를 트는 단초는 수출 뿐이다.

동일계열 신용공여한도 축소를 재고하는 등 수출활성화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기침체는 재고조정에 의한 자연스러운 순환현상이라기 보다는 3년전 경험한 경기 추락 현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올들어 세계경기도 둔화되고 있어 금년 상반기중 우리경제는 잠재 성장률 수준을 크게 밑돌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자금시장의 기능회복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등 2차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98년 하반기에도 경험했듯이 그동안 침체됐던 내수가 시차를 두고 회복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금년 하반기중 미국경제가 그동안의 금리인하에 힘입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우리경제의 성장세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