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던 투신사 MMF 판매잔액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하루만에 1조원이나 빠져나가는 등 금리등락에 따른 자금 이동이 극심하다고 한다.

금리를 따라 자금이 흐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그 수준이 과도해 금융시장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데 이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정도다.

급랭하는 경기를 붙잡아두기 위해 금리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나름의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중 자금흐름을 요동치게 만들기에 이른다면 그 자체로 금융불안을 증폭시키는 일이고 또 장차의 후유증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최근 금리동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연말 연 6.8%선에 머물던 국고채 금리(3년물)는 이달 중순 연 5%까지 수직 하락했고 지난주부터는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해 연 5.9%까지 되올라 있는 수준이다.

하루 거래량이 3조원에서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국고채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금리 등락에 따라 수조원의 자금이 은행과 투신을 밀물 썰물처럼 들고나는 등 혼란상을 드러내는 정도다.

자금난을 호소하던 투신사에는 올들어서만도 17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지만 여수신 금리를 맞추지 못해 거액자금은 사절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1년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MMF)을 매각한 자금으로 3년 내지 5년짜리 국고채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자금을 취급하는 투자신탁사들이 회사에 따라 전체 수탁고의 절반이 MMF인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어서 자금방향에 따라서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로 경기도 부추기고 부진한 증시도 회복시킨다는게 정부 생각이지만 자금선순환 조짐보다는 일부 국고채에 대한 투기적 매수 열풍을 부추기고 자금의 단기화만 촉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물론 국고채 금리의 하락이 장기적으로 회사채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는 각 경제주체들이 변화하는 금리수준에 스스로를 적응시켜 갈 만한 시간적 또는 자금성격상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일 뿐 무조건 2금융권으로 자금을 몰아넣기만 한다고 해서 도식적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는 일이 급선무라 하겠지만 금리라는 하나의 잣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부터 인식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