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가 점점 심화되면서 업종 구분 없이 전세계 기업들이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대규모 감원은 기본이고 수익성이 없는 사업부는 가차 없이 떨어내고 있다.

◇ 거세지는 감원 바람 =올들어 현재까지 발표된 세계 주요기업들의 감원 규모는 무려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미국 구직조사업체인 CGC는 추산하고 있다.

세계 최우량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마저 대규모 감원계획을 짜고 있을 정도다.

GE는 향후 2년간 전직원의 15%에 이르는 7만5천명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니웰과의 합병에 따른 과잉인력 해소와 경기 부진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첨단 기술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모토로라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휴대폰공장 폐쇄계획에 따라 최근 2천8백70명을 해고했고 앞으로도 2천5백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핵심 사업부문인 반도체 부문에서도 4천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도 확장경영 전략에서 1백80도 선회, 수만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눅스시스템스는 5백56명의 직원중 1백39명을 감원했다.

캐나다의 네트워크장비 업체인 노텔네트웍스는 당초 4천명으로 잡았던 감원 규모를 최근 1만명으로 늘렸다.

파산설에 시달려온 제록스는 지난해 2천명을 줄인데 이어 올해 1만명을 추가로 감원키로 했다.

작년에 3천5백명을 감원한 굿이어타이어는 올해도 7천2백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 자산매각 및 아웃소싱 =부실사업 매각 및 포기, 아웃소싱 등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감원과 비용 절감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세계 3위 반도체업체인 일본 NEC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컴퓨터 및 휴대폰을 생산하는 해외공장을 처분키로 하고 인수대상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NEC는 해외공장 20개 중 통신장비와 단말기를 만드는 8개 공장을 2년에 걸쳐 매각하고 팜컴퓨터 생산공장 4개도 팔아치울 계획이다.

지난주 독일의 도이체텔레콤도 올해안에 비핵심 사업의 1백80억달러 어치에 상당하는 공장과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은 최근 휴대폰 단말기의 자체 생산을 중단, 5개 해외공장을 다른 기업에 넘기고 휴대폰 전량을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한 감량 경영은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업계에서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경영체제 개편 =세계 유수 기업들이 경영진을 물갈이하거나 경영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업의 무게중심을 PC에서 소비자서비스 쪽으로 옮기는 차원에서 이 분야 베테랑인 릭 벨루조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 쇄신작업을 단행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경영시스템 개선을 위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자동차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미국 중·저가 PC업체 게이트웨이는 최근 경영난의 책임을 물어 제프 웨이트젠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고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테드 와이트를 CEO에 앉혔다.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 면도기업체 질레트, 생활용품업체 P&G 등도 최근 CEO를 교체했다.

일본에선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의 가이자키 요이치로 CEO가 불량 타이어 리콜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 의사를 밝혔으며 미쓰비시자동차와 산요전기 등도 사장을 경질했다.

박영태.고성연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