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휘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장윤성씨가 울산시향 상임지휘자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최근에는 재미지휘자 함신익씨가 대전시향,한양대 교수 박은성씨가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로 각각 선임되면서 국내 음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지휘자들인 데다 모두 지방 시립교향악단 부흥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서 더욱 화제다.

최근 세계 지휘계도 로린 마젤이 뉴욕필,마리스 얀손스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마에스트로(지휘계의 거장)들이 한꺼번에 자리바꿈을 함으로써 새로운 음색과 톤으로 옷을 갈아입는 오케스트라들이 연이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지휘계의 변동도 이런 세계적인 조류와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어 흥미롭다.

클래식의 본향으로부터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 우연히도 우리 음악계를 자극하는 훈풍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아무튼 능력있는 지휘자들이 지역문화역량을 키우려는 지자체와 손잡고 시립교향악단의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 고무적이다.

장윤성씨는 울산시향을 3관편성(90명 규모)으로 늘리고 단독 서울공연을 갖는 등 교향악단의 질적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함신익씨도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을 협연자로 초청해 공연수준을 높이고 시민을 위한 오케스트라,상품가치 있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대전시향을 잘 가꿔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연이은 상임지휘자 선임을 ''시립교향악단의 제자리 찾기''로 풀이하고 있다.

"시립교향악단은 그동안 자신의 음악적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고 단원과 지휘자,행정인력들간의 갈등도 계속돼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능력있는 지휘자를 찾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걸 보니 음악애호가로서 잘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서울지역 오케스트라들도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때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들 지방시향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지방화시대가 음악예술에서 먼저 구현되기를 기원해본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