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이 올해로 시행 9년째를 맞고 있으나 신고규정이 허술한데다 관련법의 불합리한 조항에 대한 개정이 늦어져 ''부정부패 방지''라는 법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27일 행자부와 경실련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12조4항의 고지거부 조항이 지적되고 있다.

이 조항은 재산등록전에 피부양 부모와 자녀명의로 변칙상속이나 위장증여 등을 해 재산을 축소·은닉하는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어 재산 신고자가 합법적으로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갓 분가한 자녀가 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사실상 부모의 재산임이 분명한 데도 고지거부권을 내세워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함께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늦어져 올해도 고위공직자의 ''주(株)테크'' 의혹은 밝혀내기 힘들게 됐다.

지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직자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이 지난 1월26일에야 공포돼 오는 4월27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이번 재산등록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법개정 절차를 밟아 지난해 상반기 입법예고한뒤 9월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로 넘겼으나 국회가 공전되는 바람에 법개정이 당초 일정보다 크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직무상 독립성이 없는 행정자치부가 공직자 재산등록업무의 기획·총괄업무를 맡기보다는 감사원에서 이를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