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 계획 등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는 정반대의 양상이 연출됐다.

채권단은 ''호재성 재료''를 발표했지만 증시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인 셈이다.

27일 증시에서 현대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9.73% 하락한 2천1백80원에 마감됐다.

현대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발표가 임박한 오전 한때 2천4백85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매물이 쏟아지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거래량이 4백93만주에 달할 정도로 매매가 활발했지만 주가는 순식간에 지난 1월22일(2천1백20원) 수준으로 밀려나는 최악의 현상이 연출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대건설 주가가 미끄럼을 탄 것은 채권단과 현대건설이 발표한 자금지원 및 자구계획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었던 반면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대주주 감자(자본금 감축)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소액주주의 감자 가능성''이 더 크게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용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발표될 때부터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시장은 획기적인 자구계획을 기대했지만 실제 발표내용은 이전과 대동소이해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특히 "증시에 현대건설이 1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낙폭을 크게 했다"고 덧붙였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소액주주의 감자 가능성을 폭락 이유로 꼽았다.

한 위원은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감자 대상에 소액주주가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돼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외환은행측은 출자전환과 감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감자에 대해서는 결정된바 없다"고 밝혀 소액주주의 불안감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박 위원은 "자구계획의 진행 상황을 봐가며 당분간 2천∼2천5백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한 위원은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이겠지만 소액주주의 감자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만 나온다면 3천원대 이상으로 올라설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