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기됐던 닷컴기업의 거품론은,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일부 벤처기업가들의 사기적 작태까지 겹치면서 닷컴 무용론으로 부풀어 올랐었다.

닷컴기업으로 대표되는 벤처산업은 급격히 얼어붙어 알차고 능력있는 기업마저 자금조달이 끊기는 등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제 닷컴 거품론 자체의 거품을 걷어내야 할 시점이 됐다.

우리 모두 흥분을 가라 앉히고 닷컴기업에 대해 냉정히 재평가해야 할 때다.

사실 벤처불황기에 옥석가리기가 진행돼 장래성없는 닷컴기업들은 도산하거나 흡수 합병됨으로써 많이 정리됐다.

반면 기술력있는 닷컴기업들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닷컴 기업들은 굳건히 성장하고 있으며,아직은 각광받지 못할지라도 장래성있는 신생기업들은 생생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렇게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의 핵심 역량을 분석해 보면 실패한 기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마케팅력이다.

얼마전 미국의 e베이에 팔린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경우도 그렇다.

옥션의 모든 시스템과 인프라는 마케팅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구축돼 있는 게 특징이다.

그 결과 50여만가지의 상품과 3백여만명의 회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거래를 촉진시켜 국내 최대의 경매시장을 형성했다.

BBC정보통신의 경우 머니텐시스템을 창안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데 급격한 성장으로 장래가 주목된다.

애트채널코리아는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를 구매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통제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광고의 문제점을 보완하고,또 고객반응을 반영하는 DDR(Dual Direct Response)시스템을 개발해 성장성이 기대된다.

카드캐스팅의 경우도 독특한 멀티미디어 e메일 솔루션과 마케팅 기법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e메일 마케팅 개념으로 성장하고 있다.

벤처기업 거품론의 뿌리를 찾아보면 수익모델의 부재에 있었다.

그동안 많은 닷컴기업들은 회원수 등과 같은 양적인 경쟁,자본잉여를 중심으로 한 캐피털게임을 수익모델로 삼아왔다.

기업 수익모델의 핵심을 간과해 왔던 것이다.

수익모델의 핵심은 질적인 마케팅 게임 계획에 달려있다.

수익은 결국 시장의 고객이 비용을 지불해야 발생한다.

그 진리를 신봉하고 철저한 고객분석과 경쟁분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전략을 창출할 때 수익모델은 정립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모든 벤처기업의 핵심 과제인 수익모델의 창안은 결국 고객과의 거래창출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적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케팅은 거품적 비용의 원천이 아니라 수익모델 창출의 핵심인 것이다.

수익모델 부재와 자본조달 악화 등으로 위기에 몰린 닷컴기업들에 얼마전 옥션의 해외 M&A(기업인수합병) 성사는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진출을 추구해온 e베이와 외자유치를 필요로 한 옥션의 M&A는 벤처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자금난 극복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옥션 입장에선 선진 벤처기업의 투명한 경영시스템,글로벌 네트워크,자금력 등을 보완함으로써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에 팔리는 것은 닷컴산업 기반이 해외에 종속된다거나,기업성공의 결실이 해외로 일부 빠져나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닷컴기업들은 신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그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벤처기업의 매출증가율은 36.8%에 달했다.

수출실적도 작년 11월까지 41억1천만달러로 전년보다 45.3% 증가했다.

작년에 창출된 1백10만개의 신규 일자리 중 1백만개가 벤처기업에 의해 생겨났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는 어려운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소수의 벤처기업에 뉴스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케팅력으로 무장된 닷컴기업은 거품과 경제난국의 주원인이 아니라,우리에게 희망의 상징이다.

dh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