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choi@hyundaiexpress.com

얼마 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세계적인 운송회사의 직원이 비행기사고로 4년간 무인도에서 사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그 영화는 기업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그 영화에 대한 인상은 썩 좋지도,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상태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전 안면있는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와 우연히 그 영화 얘기를 하게 됐고 그의 시각과 분석을 통해 그동안 소홀했던 영화에 대한 인식과 그 영화를 지원한 기업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선두격인 영화의 경우는 개인들의 주관을 하나로 묶으려 하는 시도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조심스러운 생각까지도 해 보았다.

순간순간 놓쳐버릴 수 있는 신 하나에도 영화의 진미를 담아내려 하고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 앵글 하나 하나로 영화를 완성시키는 영화 작가들,이러한 습성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듯 막대한 제작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들.

그들의 현실을 다시한번 부러워하게 됐다.

지금은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사회를 바라보고,문화를 바라보고 그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우리네 기업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태초부터 우리네 삶의 흔적 하나 하나가 문화였고 예술이었듯이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을 잃고 사는 현실이 못내 아쉬웠다.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보편화돼 있지만 여기저기 우리 문화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볼 때면 기업들 스스로 좀 더 문화사업에 투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활동이 국내에 국한돼 있을 때와 달리 해외시장에서 우리가 팔아야 하는 것은 상품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도 함께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봄엔 여기저기 다녀야 할 곳이 많이 생긴다.

공연장이 많은 대학로와 광화문,극장들이 즐비한 종로통까지.

올 봄에는 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문화순례라도 떠나야겠다.

---------------------------------------------------------------

<> 한경에세이 필진 오늘부터 바뀝니다

3~4월 집필은 이남기(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김영환(화) 민주당 대변인,엄기웅(수)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최하경(목) 현대택배 사장,이장우(금) 이메이션코리아 대표이사사장,박은주(토) 김영사 사장이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