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매금융 시장을 놓고 미국과 영국의 양대 은행이 불꽃 튀는 격돌을 벌이고 있다.

미국계 씨티은행과 영국계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경쟁적으로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는 것.

그 최전선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종전 연8.5%에서 연7.9%로 대폭 낮추는 공세를 폈다.

이에 HSBC도 5일후에 같은 수준으로 따라 내렸다.

HSBC는 특히 내린 금리를 신규 고객뿐 아니라 종전 고객에게도 적용하며 반격을 가했다.

존 블랜손 HSBC대표는 "두 은행의 고객을 대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며 "금리인하를 씨티는 신규고객에게만 적용하고,HSBC는 종전 고객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점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실 두 은행간의 가계대출 전쟁이 본격 점화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였다.

HSBC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며 당시로서는 업계 최저인 연리 8.5%에 설정비면제,무료보험가입 등 파격적인 부대조건을 내세운 것.

덕분에 HSBC는 작년 한해에만 7천억원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6년전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한 씨티은행의 지난해 실적(6천억원)을 단숨에 추월한 것이다.

수신경쟁도 만만치 않다.

HSBC의 작년말 총수신 규모는 지난 99년말 5천7백99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1조3천6백19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블랜손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영업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아직 씨티은행의 6조1천4백91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HSBC가 최근 국내 은행들의 금리인하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7.0%(1년제 정기예금) 수준의 예금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씨티와의 이런 격차를 하루라도 빨리 좁혀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