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기업들이 주가를 떠받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 등에 따라 자사주펀드에 대거 가입했으나 실제 주식을 매입한 규모가 미미한 데다 그나마 중도에 펀드를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생색용'' 자사주 펀드 가입이 많았다는 얘기다.

28일 코스닥증권시장(주)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메디다스 인성정보 유니셈 영화직물 등 코스닥 기업과 쌍용중공업 대림산업 LG전선 등 거래소 상장기업들은 회사사정 및 증시환경 변경 등으로 자사주펀드를 중도에 일부 또는 전부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메디다스는 지난해 5월 주택은행과 1년동안 계약한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펀드중 주식취득에 사용되지 않은 현금(28억원)을 중도해지키로 결의했다.

메디다스의 주식담당자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자사주펀드가 주가부양에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돼 이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해지자금은 은행이자를 갚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자사주 취득분(22억원)에 대해서는 계속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므로 당장 물량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통합(NI)업체인 인성정보도 최근 한국통신IMT 출자를 위해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당초 가입했던 90억원 규모의 자사주펀드중 미취득분(52억원)을 만기전에 해약했다.

거래소 기업중에서는 대림산업이 1백50억원 전액을 해지,차입금 상환에 사용키로 했으며 LG전선도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2백억원을 중도에 되찾기로 했다.

외환은행 특정금전신탁팀 관계자는 "올들어 자사주 펀드의 중도해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자사주펀드는 자사주취득과는 달리 6개월만 지나면 목표금액 달성여부와 관계없이 해약·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초 주가가 크게 올라 투자자들의 주가부양 요구가 줄어들자 중도해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