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열정이 솟고 아내가 등을 어루만지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던가.

실없는 농담들도 나름대로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시니컬한 칼날을 품고 있는 법이다.

"클럽 버터플라이"(감독 김재수.제작 시네마락픽처스)는 서로에 대한 열정을 잃은 중산층 부부(김영호.아니타)가 "권태"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스와핑"(부부교환섹스)을 감행한다는 이야기다.

국내에 실존하는 스와핑 클럽들을 모델로 했다는 영화는 그러나 스와핑이라는 일탈이 품고 있는 사회적 단면들을 살피는데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도발적인 주제는 화면가득 과감한 성애를 펼쳐놓기 위한 연결고리에 그친다.

주인공들은 화끈하게 벗었고 미끈하고 건장한 배우들의 육체를 훑는 카메라도 자극적이다.

시종 스크린가득 넘실대는 육신의 향연은 "실연"이라는 소문마저 낳았을 정도로 실감을 입었다.

하지만 바람이 난 것도,애정이 식은 것도 아닌 부부들이 극단적인 일탈로 치닫는 원인들은 너무도 얕고 가볍다.

잘난 마누라,잘나가는 회사동기,지루한 일상...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스트레스들은 쉽게 공감을 얻지만 그들의 혼돈과 갈등을 수긍할 설득력까지 확보하진 못한다.

가정의 붕괴위기,가치관 상실,정체성 위기,사회적 혼돈처럼 깊고 거대한 뿌리까지 들추지는 않더라도 부부간 성트러블만 해결되면 만사 형통이라는 접근은 작품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3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