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멕시코 국경

국경경찰 하비에르(베니치오 델 토로)와 마놀로(제이콥 바거스)는 고위 권력층인 살라자르 장군 밑에서 마약거래 소탕 작전을 벌이게 된다.

두사람은 장군이 사실 거대 마약조직과 연계돼 있으며 권력을 이용해 조직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2.미국 오하이오

엄격하고 철저한 오하이오주 대법원 판사 로버트(마이클 더글라스)는 국가 마약단속국장에 지명돼 워싱턴으로 향한다.

의욕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펼치려던 그는 열여섯살짜리 모범생 딸이 마약에 쩔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3.미국 샌디에고

명망높은 사업가 카를(스티븐 바우어)의 집에 법무부 소속 마약단속반(DEA)이 들이닥친다.

남편이 국제 마약거래조직의 거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내 헬레나(캐서린 제타 존스)는 남편의 반대증인을 살해할 암살자를 고용하고 직접 마약사업에 뛰어든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화제작 "트래픽"(원제:Traffic.3일 개봉)은 "마약"을 줄기로 서로 다른 3개 공간에서 벌어지는 3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희뿌연 황색,차가운 푸른색,자연색으로 구분된 각각의 이야기 줄기는 독립적으로 뻗어가지만 때로 스칠듯 근접하고 교차하며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린다.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마약할 돈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파는 아이들,아무리 잘라내도 끊어지지 않는 부패의 고리...

교묘하게 흩어놓은 조각들은 미국사회의 마약문제가 모든 개인의 것일 수 있음을 명징하게 부각시킨다.

누구도 마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설교는 없다.

"날 것"같은 느낌의 들고찍기와 감정을 죄 발라낸듯 건조한 시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소스라치도록 섬득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사회고발적인 이슈를 극사실적으로 다루는 한편으론 탐욕의 땅에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욕망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배우들의 최고 기량을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라면,소더버그 감독은 그 방면에서도 대단한 역량을 발휘한다.

딸문제로 고뇌하는 마이클 더글라스나 강인하고 냉정한 카리스마를 발한 캐서린 제타존스는 물론 조연들 역시 못지않게 빛난다.

부패한 현실과 양심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찰 베니치오 델 토로나 마약중독자를 리얼하게 연기해낸 열아홉살 배우 에리카 크리스텐슨의 광채는 눈이 부시다.

현실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각과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이 지적 자극을 줄만하다.

단,미국사회의 마약문제라는 주제에는 정서적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트래픽"은 불법 마약 거래를 뜻하는 속어.

김혜수 기자 dearsoo@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