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강남의 M카페.

물빠진 청바지에 콤비를 받쳐입은 40대 사나이가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세계적인 경영전문잡지 ''포브스''가 들려있었다.

종업원은 그를 금방 알아보곤 그가 좋아하는 벽난로 장식의 아늑한 곳으로 안내했다.

겉모습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비범한 구석이 있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자신감 넘치는 눈매,창의적인 발상에 대한 존경심,기득권과 전통에 대한 경멸,60년대 히피문화의 저항적인 기질 등이 어우러져 있다.

그가 바로 ''보보스(Bobos)''다.

보보스란 부유층을 일컫는 부르주아(Bourgeois)와 자유인의 대명사인 보헤미안(Bohemian)의 합성어.

역사적으로 예술 및 감성의 세계에서 자라난 보헤미안은 사업으로 번창한 부르주아를 경멸해왔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자본주의의 대변혁과 함께 양자의 융합이 이뤄져 새로운 귀족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보스는 돈이 많아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서울 테헤란로의 벤처기업 유모(42)사장은 "보보스는 돈을 많이 벌어도 이를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저항적인 기질을 가져 돈이 그들의 정신세계와 생활스타일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갑은 ''빵빵''하게 차있으면서도 사고가 자유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돈쓰는 재미밖에 모르고 사는 ''생각 없는'' 오렌지족과는 수준이 다르다.

천박한 오렌지족에 식상한 ''잘 나가는'' 젊은층들이 보보스 대열에 속속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사장은 "미국 문화를 자주 접하는 벤처기업 사장들을 중심으로 눈에 띄던 보보스가 요즘에는 부유층 집안의 젊은 샐러리맨들도 보보스를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보스는 평상시에는 대부분 편안한 복장으로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기 때문에 남들의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하지만 새천년에 미국에서 신귀족층으로 등장한 보보스의 특징을 하나하나 체크해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보보스가 적지않음을 알 수 있다.

보보스는 대부분이 디지털시대의 선구자들이어서 정보화로 무장하고 있다.

또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격조있는 소비감각을 즐긴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살 경제적 능력이 있지만 시장에서 산 커다란 나일론 백으로도 만족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활스타일을 지킨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져 때로는 시장바닥의 아주머니나 할머니와도 격의없이 놀 수 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는 특이 체질이다.

이것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