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유사들 油價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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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경쟁의 룰''을 배우느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국제원유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가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휘발유 등 석유제품값을 올리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초 SK㈜가 가격을 인상했다가 에쓰-오일이 동결하는 바람에 다시 가격을 내리는 수모를 당한 뒤 어느 회사도 선뜻 먼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회사가 가격을 조정하면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따라가던 과거의 패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덕분에 석유제품을 쓰는 기업과 소비자들은 ''어부지리''를 누리게 됐다.
정유사들이 정당한 경쟁을 벌여 가격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랜 기간 정부고시가격 체제에 길들여진 정유사들이 경쟁을 학습해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원화가치 하락으로 9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환차손과 외화환산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유업계가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벌인다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유회사들은 이번 두 달 동안 가격을 조정하지 못함으로써 대형사는 약 6백억원, 소형사는 약 2백60억원 등 업계 전체로 1천7백억원 가량의 원가상승분을 고스란히 자체부담으로 안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이같은 경쟁에다 업계 내부의 복잡한 갈등관계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한송유관공사 사장 선임과 폴사인(주유소 간판)제도 개선을 둘러싼 정유회사들간의 감정싸움이 석유가격 결정에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신용평가기관은 과당경쟁을 벌이거나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업종의 기업에는 높은 신용등급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었다.
지나친 출혈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
정유사들이 감정을 앞세워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공정개선과 효율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
국제원유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가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휘발유 등 석유제품값을 올리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초 SK㈜가 가격을 인상했다가 에쓰-오일이 동결하는 바람에 다시 가격을 내리는 수모를 당한 뒤 어느 회사도 선뜻 먼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회사가 가격을 조정하면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따라가던 과거의 패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덕분에 석유제품을 쓰는 기업과 소비자들은 ''어부지리''를 누리게 됐다.
정유사들이 정당한 경쟁을 벌여 가격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랜 기간 정부고시가격 체제에 길들여진 정유사들이 경쟁을 학습해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원화가치 하락으로 9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환차손과 외화환산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유업계가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벌인다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유회사들은 이번 두 달 동안 가격을 조정하지 못함으로써 대형사는 약 6백억원, 소형사는 약 2백60억원 등 업계 전체로 1천7백억원 가량의 원가상승분을 고스란히 자체부담으로 안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이같은 경쟁에다 업계 내부의 복잡한 갈등관계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한송유관공사 사장 선임과 폴사인(주유소 간판)제도 개선을 둘러싼 정유회사들간의 감정싸움이 석유가격 결정에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신용평가기관은 과당경쟁을 벌이거나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업종의 기업에는 높은 신용등급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었다.
지나친 출혈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한다.
정유사들이 감정을 앞세워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공정개선과 효율화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