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은행권의 최대 화제는 단연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된 한빛 등 4개 은행의 경영진 인선결과였다.

우량 A은행의 한 임원은 "이 정도 인선이면 적어도 1년간은 지주회사를 경쟁상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정부 일각에서도 "학연 지연에다 나눠먹기 등 기준을 찾기 힘든 ''비빔밥 인사''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선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런 반응이 나올 법하다.

이덕훈 한빛은행장, 황석희 평화은행장, 강신철 경남은행장, 엄종대 광주은행장 등 4명의 평균 나이가 55.3세이고 부행장 감사까지 포함해도 55.1세다.

진념 경제부총리가 공언했던 ''국제감각을 갖춘 40대 개혁적인 인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름대로 금융전문가들이지만 정부가 강조했던 개혁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은행장 인선에서 정부가 한빛은행장을, 윤병철 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 내정자가 나머지 3개 은행장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훈 행장은 지주회사 부회장으로서 윤병철 내정자를 견제하는 역할이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행장은 대투 사장에 재임한지 10개월만에 또 옮기게 돼 뒷말이 많다.

은행 경영자로서 검증이 안됐다는 지적과 막 궤도에 오른 대투의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나머지 은행장은 윤병철 내정자가 부리기 쉬운 ''자기 사람''(옛 장기신용은행 출신) 중심으로 짰다는 평이다.

감사 자리는 금감위조차 솔직히 ''낙하산 인사''임을 시인할 정도다.

재경부(한빛은행 감사) 금감원(광주은행 감사)이 한 자리씩 차지했고 나머지는 명예퇴직한 은행 중간간부(평화)와 윤병철 내정자의 친정인 하나은행 출신자(경남)로 짜여졌다.

정부도 인선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쓸만한 사람은 흠집(문책경고)이 났거나 한사코 고사해 1년짜리 임시직에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곧 출범할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를 부실은행 연합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인사가 그런 비판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