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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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국제 인수합병(M&A)은 항상 눈물의 비극으로 끝날 운명일까.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간 합병은 3년전만 해도 하늘이 맺어준 짝처럼 보였다.
유럽 자동차업계의 귀족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금과 기술,자심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배우자로 낙점된 크라이슬러는 1990년대 회생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회사로 변모해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벤츠가 갖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투자력과 최첨단 신기술을 손에 넣을 찰나였다.
지난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은 ''회생계획''을 발표했다.
총 40억달러를 들여 공장폐쇄와 해고등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임러가 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도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당시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부터 뭐가 꼬이기 시작했는지가 분명해지게 마련이다.
3백80억달러의 인수가격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는 보기보다 훨씬 허약했다.
크라이슬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것은 다목적레저용 차(SUV)와 미니밴라는 두개의 틈새시장이었다.
이윤이 높은 이들 틈새시장을 조기 선점한 덕에 크라이슬러는 과대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8년 호황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합병직후 크라이슬러 회생의 주역이었던 유능한 경영진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양 기업을 통합하려는 다임러의 행보가 너무 느린데서 나온 현상이었다.
다임러는 플랫폼(차대)과 부품공유등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에도 미적지근했다.
크라이슬러와 너무 밀착될 경우 벤츠의 고급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조바심을 낸 탓이었다.
그러는 동안 크라이슬러는 비용급등과 판매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주가가 합병직후 급등했던 수준의 절반 정도까지 떨어지자 성난 미국 투자자들은 소송전에 돌입했다.
그러자 슈렘프는 앞으로 2∼3년안에 회사를 되살려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또 소규모 위원회를 만들어 자신이 회장으로 앉겠다고 밝혔다.
모든 의사결정권은 여기로 집중되는 중앙집권적 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슈렘프는 이 합병을 성공시키든가, 아니면 자신이 물러나야 할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대형 국제M&A는 성공률이 낮다.
독일과 미국은 기업문화가 다르다.
게다가 크라이슬러가 속한 중저가 시장은 다임러의 전공분야인 고급차 시장과 다른 게임룰로 움직인다.
이 모든 리스크를 감안했을때 슈렘프의 크라이슬러 합병결정은 옳았을까.
슈렘프가 ''클수록 좋다''는 자동차 업계의 환상에 속은 것은 아닐까.
현재 자동차 시장이 반드시 대마필승(大馬必勝)의 원리로 돌아가진 않고 있다.
중가 시장을 밀고 들어오는 포드 오펠등 고급차들도 이런 사업확장이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
포드 역시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신형 소형차인 몬데오는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벌 브랜드의 차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슈렘프의 도박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최악의 시기에 중저가시장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 나쁜 소식이 있다.
벤츠의 중저가시장 확대 전략을 설계한 슈렘프는 그 누구보다도 타이밍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전문가란 점이다.
그런 그가 크라이슬러 인수의 타이밍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앞날에 더 진한 먹구름을 드리우는 대목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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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3월3∼9일)에 실린 ''슈렘프 최후의 방어(Schrempp''s last stand)''라는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
국제 인수합병(M&A)은 항상 눈물의 비극으로 끝날 운명일까.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간 합병은 3년전만 해도 하늘이 맺어준 짝처럼 보였다.
유럽 자동차업계의 귀족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금과 기술,자심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배우자로 낙점된 크라이슬러는 1990년대 회생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회사로 변모해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벤츠가 갖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투자력과 최첨단 신기술을 손에 넣을 찰나였다.
지난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은 ''회생계획''을 발표했다.
총 40억달러를 들여 공장폐쇄와 해고등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임러가 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도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당시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부터 뭐가 꼬이기 시작했는지가 분명해지게 마련이다.
3백80억달러의 인수가격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는 보기보다 훨씬 허약했다.
크라이슬러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것은 다목적레저용 차(SUV)와 미니밴라는 두개의 틈새시장이었다.
이윤이 높은 이들 틈새시장을 조기 선점한 덕에 크라이슬러는 과대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8년 호황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합병직후 크라이슬러 회생의 주역이었던 유능한 경영진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양 기업을 통합하려는 다임러의 행보가 너무 느린데서 나온 현상이었다.
다임러는 플랫폼(차대)과 부품공유등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에도 미적지근했다.
크라이슬러와 너무 밀착될 경우 벤츠의 고급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조바심을 낸 탓이었다.
그러는 동안 크라이슬러는 비용급등과 판매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주가가 합병직후 급등했던 수준의 절반 정도까지 떨어지자 성난 미국 투자자들은 소송전에 돌입했다.
그러자 슈렘프는 앞으로 2∼3년안에 회사를 되살려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또 소규모 위원회를 만들어 자신이 회장으로 앉겠다고 밝혔다.
모든 의사결정권은 여기로 집중되는 중앙집권적 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슈렘프는 이 합병을 성공시키든가, 아니면 자신이 물러나야 할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대형 국제M&A는 성공률이 낮다.
독일과 미국은 기업문화가 다르다.
게다가 크라이슬러가 속한 중저가 시장은 다임러의 전공분야인 고급차 시장과 다른 게임룰로 움직인다.
이 모든 리스크를 감안했을때 슈렘프의 크라이슬러 합병결정은 옳았을까.
슈렘프가 ''클수록 좋다''는 자동차 업계의 환상에 속은 것은 아닐까.
현재 자동차 시장이 반드시 대마필승(大馬必勝)의 원리로 돌아가진 않고 있다.
중가 시장을 밀고 들어오는 포드 오펠등 고급차들도 이런 사업확장이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
포드 역시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신형 소형차인 몬데오는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벌 브랜드의 차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슈렘프의 도박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최악의 시기에 중저가시장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 나쁜 소식이 있다.
벤츠의 중저가시장 확대 전략을 설계한 슈렘프는 그 누구보다도 타이밍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전문가란 점이다.
그런 그가 크라이슬러 인수의 타이밍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앞날에 더 진한 먹구름을 드리우는 대목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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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3월3∼9일)에 실린 ''슈렘프 최후의 방어(Schrempp''s last stand)''라는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