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 민주당 대변인 kyh21@kyh21.com >

다감한 목소리의 앵커였던 이득렬 전 MBC사장이 지난주 우리 곁을 떠났다.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88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려 영안실로 가는 동안 어떻게 해서 왜 그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무척 가정적이었는데….

인기를 누리는 사람에게 흔히 따르는 스캔들 하나,구설수 하나 없는 분이 아니셨던가.

조문을 한 문상객들이 둘러앉자 자연히 생전의 앵커맨을 화제로 삼게 되었다.

그가 쓰러지던 그날도 방송일을 했다는 것과 무척 따뜻한 사람이었고 클래식 음악과 개를 매우 좋아했다는 얘기 등등이었다.

"그날 가슴이 답답했는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대요.

부인이 운전을 하고 가는데 갑자기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88도로가 꽉 막혀 20여분을 옴짝달싹 못하다가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그곳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엄기영 앵커가 말을 이어갔다.

"평소 간(肝)이 좋지 않아 언젠가는 그 후유증으로 식도의 정맥이 터지는 일이 닥칠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쓰러지는 순간 ''윤,굿바이''하고 손을 흔들더랍니다.

부인의 이름 가운데 글자가 ''윤''자인데 아마 평소에 ''윤''이라고 불렀던 모양입니다"

''윤,굿바이…''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귀가길 88도로에서 저 먼나라로 훌쩍 떠나버린 그의 얼굴이 차창에 다가와 내게 ''환,굿바이''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가 9시 뉴스와 라디오를 통해 이 땅에 남긴 무수한 말들,그 가운데 이 짧은 한마디 말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시(詩)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들,굿바이''

나는 그때 그 순간이 오면 누구의 이름을 후회없이,미련없이 ''굿바이''하고 부를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 잠자는 아내와 어린 딸들을 말끄러미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