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후반전의 불안을 이기려면 .. 홍준형 <서울대 공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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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후반전은 불안하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는 시점에, 해 놓은 일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향해 이제껏 허위허위 달려온 것인지 한숨이 나오고 좌불안석이 되는 날이 많다.
하물며 5년 단임으로 돼있는 대통령제 아래서 이제 임기만료 2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과 집권당은 오죽하겠는가.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일단 4대 개혁을 마무리지었다고 자임했건만, 안심보다는 불안의 요소가 더 많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 암초와 복병이 즐비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으로 남북관계가 뜻대로 풀린다는 보장도 없고, 국민과의 대화를 아무리 자주 열어도 싸늘해진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노동과 실업문제가 끓고 있고,의약분업도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른데 막상 이루어 놓은 일이 별로 없지 않은가.
천신만고 끝에 일시적이나마 무드는 바꿨지만, 경제가 되살아나리라는 낙관보다는 불안과 가정법이 더 우세하다.
언제부턴지 ''정치적 결정''이 모든 정책실패의 근본원인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이 그러했고,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 그리고 정부예산심의가 그랬으며, 대형 국책사업들의 타당성 검토에도 단골손님처럼 ''정치적 결정''의 폐해론이 적용되곤 했다.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해 버렸다든가, 경제를 시장에 맡긴다며 정부가 먼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예외를 허용해 특혜시비를 낳았다는 식의 얘기가 그것이다.
물론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고 정부를 구성하는 이상, 정치권력이 정책결정의 정치적 성격으로부터 탈피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정치권력은 그 생존을 위해, 청혼하러 온 왕자들이 선물을 자랑하듯이, 이런 저런 정치적 결정의 성과들을 내세우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행태적 속성을 너그러이 양해하기엔 사정이 너무도 심각하다.
이제 정권의 후반전에 접어들어 모든 것을 다 팔아 넘길지도 모르는 전면적 정치장터가 열리기 시작한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임박한 듯 하고, 의도가 뭐든 개헌론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인에게 집권 프리미엄의 활용을 금하거나, 정치적 이기주의를 버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요구할 수는 있다.
우선 대통령 스스로가 임기를 넘어 정치 영향력을 연장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정치의 틀을 새롭게 짜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정치가 다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또 다른 형태의 국난에서 그래도 꼿꼿이 자신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후임 대통령후보자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선출되리란 것을 담보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 스스로 이미 여러차례 공언해 왔던 당내 민주주의를 문자 그대로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심''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고, 평당원들을 포함한 정당구성원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당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장 빠른 시기에 중립적인 인사로 하여금 후보선출을 관리하도록 해서 공정경쟁을 통해 후보선출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국 일종의 시합전 룰미팅(rule meeting)을 하라는 얘기인데, 후보는 내년에 뽑더라도 룰미팅과 이를 통한 국민에 대한 약속은 빠를수록 좋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말이 지금처럼 두려운 때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가 경제를 전혀 망치지 못하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가장 피해가 적게,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정치적 선택을 해나가느냐 하는데 있다.
이기든, 지는 중이든 후반전은 불안하다.
더욱 더 불안하고 불행한 국민들을 위해 이제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역사 앞에 엄숙히 고하고 대국민서약을 해야 할 때다.
joonh@snu.ac.kr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는 시점에, 해 놓은 일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향해 이제껏 허위허위 달려온 것인지 한숨이 나오고 좌불안석이 되는 날이 많다.
하물며 5년 단임으로 돼있는 대통령제 아래서 이제 임기만료 2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과 집권당은 오죽하겠는가.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일단 4대 개혁을 마무리지었다고 자임했건만, 안심보다는 불안의 요소가 더 많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 암초와 복병이 즐비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으로 남북관계가 뜻대로 풀린다는 보장도 없고, 국민과의 대화를 아무리 자주 열어도 싸늘해진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노동과 실업문제가 끓고 있고,의약분업도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른데 막상 이루어 놓은 일이 별로 없지 않은가.
천신만고 끝에 일시적이나마 무드는 바꿨지만, 경제가 되살아나리라는 낙관보다는 불안과 가정법이 더 우세하다.
언제부턴지 ''정치적 결정''이 모든 정책실패의 근본원인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이 그러했고,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 그리고 정부예산심의가 그랬으며, 대형 국책사업들의 타당성 검토에도 단골손님처럼 ''정치적 결정''의 폐해론이 적용되곤 했다.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해 버렸다든가, 경제를 시장에 맡긴다며 정부가 먼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예외를 허용해 특혜시비를 낳았다는 식의 얘기가 그것이다.
물론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고 정부를 구성하는 이상, 정치권력이 정책결정의 정치적 성격으로부터 탈피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정치권력은 그 생존을 위해, 청혼하러 온 왕자들이 선물을 자랑하듯이, 이런 저런 정치적 결정의 성과들을 내세우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행태적 속성을 너그러이 양해하기엔 사정이 너무도 심각하다.
이제 정권의 후반전에 접어들어 모든 것을 다 팔아 넘길지도 모르는 전면적 정치장터가 열리기 시작한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임박한 듯 하고, 의도가 뭐든 개헌론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인에게 집권 프리미엄의 활용을 금하거나, 정치적 이기주의를 버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요구할 수는 있다.
우선 대통령 스스로가 임기를 넘어 정치 영향력을 연장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정치의 틀을 새롭게 짜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정치가 다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또 다른 형태의 국난에서 그래도 꼿꼿이 자신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후임 대통령후보자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선출되리란 것을 담보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 스스로 이미 여러차례 공언해 왔던 당내 민주주의를 문자 그대로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심''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고, 평당원들을 포함한 정당구성원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당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장 빠른 시기에 중립적인 인사로 하여금 후보선출을 관리하도록 해서 공정경쟁을 통해 후보선출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국 일종의 시합전 룰미팅(rule meeting)을 하라는 얘기인데, 후보는 내년에 뽑더라도 룰미팅과 이를 통한 국민에 대한 약속은 빠를수록 좋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말이 지금처럼 두려운 때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가 경제를 전혀 망치지 못하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가장 피해가 적게,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정치적 선택을 해나가느냐 하는데 있다.
이기든, 지는 중이든 후반전은 불안하다.
더욱 더 불안하고 불행한 국민들을 위해 이제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역사 앞에 엄숙히 고하고 대국민서약을 해야 할 때다.
joon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