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3보(第3步)를 내디뎠다.

5일 전인대(全人大)가 열린 베이징(北京)의 텐안먼(天安門) 광장옆 인민대회당에는 붉은색 깃발이 흩날렸다.

대회장을 가득 메운 2천9백여명의 전인대 대표 앞으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단상에 올랐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어조로 1시간반동안 계속된 그의 연설내용은 제3보로 요약된다.

주 총리가 언급한 제3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난 87년 밝힌 3단계 중국경제 발전론(分3步走)을 인용한 것.

덩샤오핑은 당시 1단계(제1보)인 원바오(溫飽.기본 의식주 해결) 문제를 이미 해결했고, 2단계(제2보)인 샤오캉(小康.안락한 문화생활) 수준을 2000년 말까지 달성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가 말한 3단계(제3보)는 2050년까지 중등발전국가 수준이 되는 것이었다.

주 총리는 이날 연설을 시작하면서 중국이 2000년말 샤오캉 수준을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백달러를 넘어 이제는 인민들이 풍족한 삶을 즐길수 있는 시기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곧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였던 덩샤오핑의 예상대로 중국경제가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의 연설은 ''중국 공산당은 목표를 세우면 달성하고야 만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공산당 건국 1백돌이 되는 2050년 달성해야 한다는 중등발전국가는 어떤 수준일까.

이에대한 해석은 학자마다, 정부관리마다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국무원발전연구센터의 취판 박사가 제시한 "1인당 GDP가 5천달러를 넘어서고, 전체 경제규모가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해석이 언론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2050년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겠다는 목표인 것이다.

이 목표가 달성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중국공산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경제의 경쟁력 원천은 중국공산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3보를 내디딘 중국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주목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