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에 있는 하빈(www.havin.com)의 서윤득(35) 사장 사무실엔 신문 전면광고가 붙어 있다.

"어뚱함, 순수함,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 그것은 60년전 휴렛과 팩커드란 미국의 두 청년이 좁고 허름한 차고 속에서 단돈 5백38달러로 실리콘밸리 벤처 1호, HP를 세웠던 바로 그 마음일 것입니다"

서 사장은 매일 아침 책상 앞에 붙은 이 휴렛팩커드의 광고문구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꿈꾸는 벤처가 바로 휴렛팩커드와 같은 기업이다.

처음엔 보잘 것 없이 출발했지만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결국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벤처기업-.

서 사장은 올해 그 꿈의 1막이 시작된다는데 가슴이 부풀어 있다.

지난 9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3년차 시절 후배 2명과 창업에 나섰던 서 사장은 새로운 개념의 MP3 CD플레이어를 개발해냈다.

인터넷에서 MP3 음악파일을 내려받은 CD를 돌리는 휴대용 CD플레이어다.

이 제품은 가수나 노래명 장르별로 노래를 음악을 검색할 수 있다는게 특징.

보통 CD 한장에 1백50곡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런 검색기능을 가진 CD플레이어가 나오긴 처음이다.

작년 가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쇼에서 이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하빈은 이미 미국의 T사에 2천5백만달러어치(약 30만대)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첫 수출치고는 "월척"을 낚은 셈.

이달중 국내 시장에 본격 시판할 이 제품은 벌써부터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과 유럽 시장의 경우 국내외 대기업들이 독점판매권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창업때부터 MP3와 CD플레이어의 통합을 예견하고 "과연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할까"라는 고민 끝에 기획한 제품이 마침내 시장에 먹혀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빈은 또 블루투스용 RF칩을 대기업인 H사와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올해말 이 칩이 개발돼 시장에 나오면 또 한번 놀랄 것"이라고 서 사장은 장담한다.

일단 블루투스용 칩 자체가 모든 가전기기 등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는게 그의 설명.

지난해 매출 2억원 남짓이었던 이 회사가 올 매출목표를 5백억원으로 잡은 것도 절대 허황된게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벤처기업은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빈은 큰 시장이 있는 제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회사들과 겨룰 것이다. 모든 제품에 "하빈(Havin)"이란 자체 브랜드를 쓰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패기만만한 서 사장은 오늘도 "한국의 HP"를 꿈꾸며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02)3445-52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