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니 화가 나''

부부 사이,연인 사이는 물론 사람간의 모든 작고 큰 문제는 진심을 몰라주는 데서 기인하는 듯하다.

골퍼와 골퍼 사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급자와 비기너가 함께하는 라운드에는 ''마음을 몰라줘서'' 생기는 짜증과 긴장이 얼마나 많은가?

상급자로부터 무언의 긴장감을 받던 하수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내가 좀 못 치기로서니 저렇게 얼굴 굳힐 필요가 있을까? 나는 진행이 느려질까봐 뛰어 다니느라고 정신없는데….룰을 모른다고 핀잔을 주다니,누구는 처음부터 알았나?''

고수 또한 생각한다.

''비기너랑 나오는 게 아니었어.골프는 소풍이 아니다. 좀 더 치열하고 진지해야 하는데….끼니를 잊고 연습을 해도 잘 안되는 게 골프인데,저 사람은 골프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어.자기 스코어 셈도 못하면서 왜 우기는 거야?''

흔히 있음직한 생각들이다.

아니,상대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갈등의 폭은 깊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진심은 이랬을지도 모른다.

''비기너인 나를 데리고 와서 얼마나 짜증스러울까? 진행을 흐려놓아서는 안되는데 나 때문에 방해받는 것 같아.빨리 뛰어야겠다.그 와중에 내 스코어까지 셈해 주다니 정말 대단한 고수야''

''내 플레이에 방해될까봐 열심히 뛰는구나.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나 때문에 서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볼만 칠 게 아니라 자연도 좀 느껴야 하는데…''

골퍼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한다.

열등감에 젖은 하수와 스펀지 같은 하수의 길.

''골프기술자''에 그치는 고수와 ''진정한 골프고수''의 길.

상급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로 알아듣고 반격하는 열등감의 하수가 있는가 하면 스펀지 같은 하수는 그걸 가르침이라며 빨아들인다.

기술자에 그치는 고수는 하수에게 닦달하며 즉석 레슨을 종용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다르다.

하수로 하여금 나무도 보고,하늘도 보며 ''골프를 사랑하게 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 동반자는 스펀지였고 진정한 고수였는데,그 진심을 읽지 못한 내가 되레 짜증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고영분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