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선(破船)한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목마름이다.

주위가 온통 바닷물이기는 하나 식수가 될 수는 없다.

참다 못해 그걸 마시게 되면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

사람의 몸은 체내의 염분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짠 바닷물이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과잉 염분을 내보내기 위해 우리 몸은 남아 있던 수분까지 다 긁어모으기 시작한다.

결국 들이마신 물의 세배 가까운 수분이 소변이나 땀의 형태로 배출된다고 한다.

갈증은 더욱 심해지고 탈수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위험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어 주식투자를 하다가 파산(破産)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머리기사(한경 3월6일자)를 보니 이러한 생리적 현상이 연상된다.

외환위기에 시달리며 고생하던 사람들중 상당수가 증시 활황과 은행의 개인대출세일에 현혹되어 마셔서는 안될 물을 마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40%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지난 99년에는 재미를 보았지만 작년중에는 거래소시장에서 48조원, 코스닥시장에서 44조원, 합치면 92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먹은 것 이상으로 토해 놓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최근 들어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고 파산신청자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가계부문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경제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그 동안 기업부실여신에 시달리던 금융시장이 이제는 가계대출의 연체 때문에 불안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다.

또한 파산자의 양산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마저 위협할 수도 있다.

개인파산제도의 개선이나 가계대출확대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필요한 조치들이지만 개인투자자 자신들도 투자에 있어서 기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것이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가 제안했던 ''주식투자의 황금률(golden rules of investing)''이다.

린치는 잘 알려진대로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를 지난 1977년부터 13년간 관리해 오던 사람으로 수익률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타임지(誌)가 최고의 펀드매니저라고 격찬했던 인물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호황이 아직 시작되기 이전의 기간이었지만 77년에 린치에게 1만달러를 맡겼던 투자자들은 90년에 28만달러를 찾아올 수 있었다.

주식투자의 최고수가 밝힌 황금률의 제1조는 지극히 평범한 충고다.

주식투자는 잃어도 좋을 만한 여윳돈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1백년간 미국의 경험으로 보면 주식을 사두는 것이 은행예금이나 채권 또는 부동산투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지만 이는 장기투자일 경우이고 단기에는 주가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참을성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투자를 삼가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다.

황금률 제2조는 일단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자기가 내용을 잘 아는 회사의 주식에만 투자하라는 것이다.

린치가 들려주는 중학교 1학년생들의 모의투자클럽 얘기가 흥미롭다.

미국 보스턴 부근의 학교에 재학중이던 이들은 1990년 1월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대부분 자신들에게 친숙하고 인기있는 학용품(펜텍) 식품(펩시 콜라) 신발(나이키)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의 주식을 사 모았다.

2년간의 투자 후 뚜껑을 열어보니 월가(街)의 일류 펀드매니저들 보다 훨씬 높은 70%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런 주식들에만 투자했었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었는데 학생들이 괜히 건방을 떨며 어른들 흉내를 내어 IBM 같은 주식도 사들인 것이 조그만 흠으로 지적되었다.

지금처럼 주가가 저점에 가까운 상황에서 은행금리가 자꾸 떨어지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주식쪽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겠지만 린치의 황금률에 따른 신중한 투자가 바람직하다.

/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