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경부 빗나간 '벤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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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등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정현준 전(前)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만약 한국디지탈라인이 사외이사를 두고 대표이사의 ''전횡''을 철저히 감시했더라면 과연 정현준 사건이 일어났을까.
대주주가 펀드매니저 등과 결탁해 시세를 조종한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 사장이 외자유치등 허위사실을 퍼뜨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테라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투명경영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하는 사외이사가 있어 제기능을 해주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가 지난 5일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면서 벤처기업은 예외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 관계자는 "벤처기업은 업력이 짧은데다 자본금 규모가 적어 사외이사 선임이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배려를 했다"고 설명한다.
벤처에 대한 재경부의 ''애정 표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벤처라고 해서 투명하지 않은 경영이나 대주주의 전횡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부실경영으로 무더기 퇴출당한 대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벤처의 투명경영은 더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벤처도 벤처 나름이다.
이미 대기업 못지 않게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가 하면 시가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7천5백억원선으로 대한항공보다도 크다.
계열사도 여럿 두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2천만주가 거래된다.
새롬기술 뿐만이 아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 옥션 등 코스닥시장의 간판급 벤처기업은 이미 규모면에서 대기업 뺨치는 수준으로 커졌다.
사외이사 선임의 예외규정을 두려면 벤처냐 일반기업이냐로 구분하기보다 차라리 자산이나 시가총액같은 계량적인 기준으로 따져 기준을 정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재경부의 ''벤처 사랑''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한국 벤처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주용석 증권2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만약 한국디지탈라인이 사외이사를 두고 대표이사의 ''전횡''을 철저히 감시했더라면 과연 정현준 사건이 일어났을까.
대주주가 펀드매니저 등과 결탁해 시세를 조종한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 사장이 외자유치등 허위사실을 퍼뜨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테라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투명경영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하는 사외이사가 있어 제기능을 해주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가 지난 5일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면서 벤처기업은 예외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 관계자는 "벤처기업은 업력이 짧은데다 자본금 규모가 적어 사외이사 선임이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배려를 했다"고 설명한다.
벤처에 대한 재경부의 ''애정 표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벤처라고 해서 투명하지 않은 경영이나 대주주의 전횡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부실경영으로 무더기 퇴출당한 대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벤처의 투명경영은 더 강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벤처도 벤처 나름이다.
이미 대기업 못지 않게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가 하면 시가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7천5백억원선으로 대한항공보다도 크다.
계열사도 여럿 두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2천만주가 거래된다.
새롬기술 뿐만이 아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 옥션 등 코스닥시장의 간판급 벤처기업은 이미 규모면에서 대기업 뺨치는 수준으로 커졌다.
사외이사 선임의 예외규정을 두려면 벤처냐 일반기업이냐로 구분하기보다 차라리 자산이나 시가총액같은 계량적인 기준으로 따져 기준을 정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재경부의 ''벤처 사랑''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한국 벤처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주용석 증권2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