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그들은 루브르박물관 프랑스요리와 함께 카페를 프랑스의 3대 상징으로 내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카페는 17세기 중엽 이래 지식인들의 사교장,문인들의 토론장,혁명가들의 아지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리의 몽파르나스나 생 제르맹 등 번화가 일대에는 지금도 오랜 역사를 지닌 카페들이 많다.

오데옹역 근처에 있는 프로코프는 1688년 개점한 카페다.

이곳은 볼테르, 라 퐁텐, 루소 등 지식인들의 사랑방이었고 1789년을 전후해서는 당통, 마라, 로베스피에르 등 프랑스혁명 주역들이 작전을 꾸민 아지트였다.

혁명뒤에는 발자크, 위고, 아나톨 프랑스, 말라르메, 베를렌 등 문인들의 단골 카페였다.

현대 프랑스의 문예와 사상을 대표하는 인사들도 카페에서 살다시피한 카페주민들이었다.

브라크, 그레타 가르보는 카페 ''되 마고''의 단골이었고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카페 드 플로르''에서 글도 쓰고 토론도 벌였다.

20세기초 전국에 60만개였던 카페가 60년대초에는 20만개로, 최근에는 5만여개로 급감했다고 한다.

파리에는 1천7백여개의 카페만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대신 샌드위치전문점이나 간이 중국음식점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살아남은 카페들도 95년 파리대학의 철학교수 마르크 소테가 시작해 지금 전국적으로 60개, 파리에만 20여개에 이른다는 철학카페를 비롯 심리학카페 사이버카페 지리학카페 TV토론카페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카페도 다양성을 향해 변신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프랑스인의 현실인식 결과다.

한국에는 4만4천여개의 다방 커피숍 등의 ''찻집''이 있으며 서울에만 8천7백여개나 된다(1999년말 통계청 자료).

서울의 찻집은 파리의 카페보다 5배나 더 많다.

술과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카페와 성격은 좀 다르다해도 한국의 찻집도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그 속에서 부단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프랑스인의 창조적 노력이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