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자랑하는 신문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라면 주간지는 단연 ''뉴요커(The New Yorker)''다.

상류층의 구미에 맞는 품위있는 문화계 소식에 정치평론을 곁들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귀족잡지다.

지난 1925년 2월 창간한 이 잡지는 최근 창간 76주년 특별호를 냈다.

창간기념호의 특징은 창간호에 썼던 표지를 다시 실은 것.미국 주류계층을 상징하는 커다란 검은 모자를 쓴 신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대로 옮겼다.

창간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편집스타일과 정신으로 잡지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이처럼 좀체 변화를 싫어하는 뉴요커가 이번 창간 76주년을 계기로 나름대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웹사이트(www.newyorker.com)를 구축한 것.

잡지표지에 웹사이트 주소를 표기하지 않는 오기는 부렸지만 이번 호부터 처음으로 기사내용의 일부를 웹사이트에 싣기 시작했다.

그동안 거의 모든 잡지가 웹사이트 구축을 기본으로 여겼어도 뉴요커는 고집스레 ''종이''만을 고수해 왔었다.

볼 사람은 다 사서 본다는 자존심이었다.

소유주의 재력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지난 98년 뉴요커를 인수한 컨데내스트(conde nast)는 세계 최고의 잡지출판그룹이다.

보그, GQ, 글래머, 트레블러, 마드모아젤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70여종의 잡지를 출판하는 회사로 세계 잡지출판업계의 ''거인''으로 통한다.

이들 잡지는 모두 매우 세련된 웹사이트들로 연결돼 있을 정도다.

뉴요커의 웹사이트 구축에 대한 시각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손님이 다 떠난 파티에 뒤늦게 도착한 것"이란 비판론에서부터 "인터넷 거품이 완전히 꺼질 때를 기다린 절묘한 타이밍선택"이란 찬사까지 다양하다.

회사측은 물론 후자쪽.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뉴요커의 웹사이트가 없는데 의문을 품어 왔지만 그런 유행에 편승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뉴요커 웹사이트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지금이 인터넷사업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