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가 상장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정관에서 삭제,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결정은 다른 대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만든 상장기업이 다시 이를 삭제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는 공기업 민간기업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동안 집중투표제 실시를 반대해온 기업들로서는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제5단체가 7일 소액주주운동의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고안된 투표방법으로 국내에선 치열한 논쟁을 거쳐 98년말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행법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을 정관에 둘 수 있도록 허용해 이 제도의 시행을 의무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아직도 이 제도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을 정도로 기업이나 소액주주들이나 모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조심스럽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상장기업중 주주수(32만명)가 가장 많은 담배인삼공사가 앞장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신중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의 핵심사항중 하나인 집중투표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기업이면서 영향력이 큰 담배인삼공사를 내세우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공사측은 올해중 정부보유지분 53%를 완전매각키로 한 것을 계기로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일수록 집중투표제의 실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유보한 것은 다양한 의견수렴과 신중한 검토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이 제도가 나름대로의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이를 의무화하고 있는 곳은 미국에서도 6개주 뿐이며 멕시코 칠레 러시아 등 주로 비선진국 몇나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소액주주운동이 기업의 도덕적 경각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를 넘으면 경영진의 사기저하 및 주가하락을 불러와 결국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모두에게 손실을 끼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