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투자한 한국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순하게 주식을 내다 팔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계열사 지원 등의 내부거래 중지, 고배당,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이 외국인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미국의 헤지펀드인 아팔루사펀드는 지난 98년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던 현대중공업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현대중공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지원이 매도 배경이었다.

이후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지난 99년 SK텔레콤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유상증자 이사회 결의 전에 자신들을 비롯한 주주에게 미리 협조를 구하지 않은 데다 목적이 불투명한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고 대표 해임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계열사에 1백억원 이상을 투자할 때 사외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주주제안서를 SK텔레콤에 제출,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은 단기 투자자에서 중.장기 투자자로 확산되고 있다.

중.장기 투자로 유명한 프랭클린 템플턴의 모비우스 박사는 "투자하고 있는 한국 상장사에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엔 홍콩계 외국투자기관인 오버룩 인베스트먼트가 태광산업에 고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부실 계열사 지원에는 돈을 펑펑 쓰면서 상대적으로 주주 배당엔 인색하다는 논리였다.

오버룩 인베스트먼트는 고배당을 받아내기 위해 이번주부터 다른 국내외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총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다.

외국인은 또 기업지배구조를 중요한 투자 지표로 삼아 한국 상장사들에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지난해 10월 이머징마켓내 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 순위를 적나라하게 매겼다.

삼성전자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평가 점수를 담은 ''기업지배구조''란 분석보고서를 전세계 외국인 투자기관에 배포하는 등 외국인의 단합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