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가 화약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발명하고 로켓 추진기관인 약통을 세계에서 4번째로 발명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로켓의 시조를 2차대전 때의 탄도미사일인 폰 브라운 박사의 V-2로켓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의 로켓은 1232년 중국 금나라에 등장한 불화살이다.

두번째는 1250년 아라비아에서,세번째는 1379년 이탈리아에서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들은 있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실물이나 구조·규모의 내용이 없어 복원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네번째 로켓은 고려말 최무선이 만든 주화(走火)라는 로켓인데 이것을 조선 세종(1448년)때 개선해 2∼3배 성능이 뛰어난 신기전(神機箭)을 만들었다.

그 설계도는 1474년 편찬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에 기록돼 있는데 세계우주항공학회(IAF)는 이것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로켓 설계도로 공인했다.

이 설계도에 따르면 신기전은 3백여개나 되는 화차의 부분품과 함께 리(釐)라는 0.3㎜에 해당하는 작은 단위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종 때의 높은 정밀과학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이때의 대신기전은 전체 길이가 5.5m로 2.5㎞ 정도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록은 1805년에 영국이 만든 로켓보다 3백60여년이나 앞서는 것으로 18세기 이전의 로켓 가운데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이다.

이와 아울러 지금의 로켓 발사대인 화차(火車)가 조선 태종 9년(1409년) 처음 만들어지고 그 40년 뒤 문종때는 수레 위에 발사대를 만들어 신기전 1백개 또는 사전총통 50개를 설치해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다연장 로켓포가 선보였다.

특히 화차는 신기전의 발사각도를 0∼43도까지 자유롭게 조정,사정거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발사틀로 겨레과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기술로 복원된 대신기전의 약통은 화약의 폭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데 이것은 아마도 약통 복원제작에 사용된 한지제조기술이 선조들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이공학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