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 연기금들에 대해 기업경영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주문하면서 일부 연기금이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측 사외이사를 지지키로 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황을 정부가 삼성전자 주총에 개입하고 있지 않나 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8일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기업들에 대해 특정 사업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영진 교체까지 추진하기도 한다"면서 "우리도 기관투자가들이 소액주주 운동단체들 못지 않게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이를 위해 제도 및 행정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특히 주식보유비중을 꾸준히 높여 나갈 예정인 연기금들에 대해 이를 적극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우리나라 상장.등록법인 주식의 1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면 장부열람권 등 법령에 보장돼 있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투신사들이 재벌그룹 계열사여서 주주권리 행사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연기금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차원의 감시·감독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적극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나오면서 이날 일부 연기금들이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지지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 정기주총을 갖는 삼성전자는 전성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해온 참여연대측과 그동안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 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