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이맘때인 지난해 3월9일.

나스닥지수는 기세좋게 5,000 고지를 점령했다.

1998년 7월 2,000선을 넘은지 1년8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5,048.62로 최고치를 찍은뒤 급격히 고꾸라졌다.

지금은 2,200선 언저리.

올라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지난 1년간 하락폭은 60%에 가깝다.

1천7백개 업체중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진 곳이 44%에 달한다.

야후(88% 하락) 시스코시스템스(67%) 오라클(59%) 선마이크로시스템스(58%) 등 신경제의 우량주들도 예외가 아니다.

나스닥의 추락은 곧바로 다우 S&P500 등의 침체로 이어졌다.

2차대전 이후 미국 사회에 준 가장 큰 충격이었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이는 나스닥시장의 회복 없이 미국 경제가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얘기와도 같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다.

언젠가는 오르겠지만 그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비관론의 골격이다.

제레미 그랜덤 보스턴 소재 자산관리회사의 창업자는 "기술주가 굳건한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10년을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요즘들어 낙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대표주자는 메릴린치증권의 애널리스트인 헨리 블로제트.

그는 "늦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갈 것이므로 주식시장은 이보다 앞서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낙관론의 배경은 기업들의 재고조정이 빨리 이뤄지고 있는 데다 금융 재정정책이 모두 완화되고 있다는 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행정부의 강력한 감세추진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술의 주기(life cycle)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

기술부문의 유행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어 살아남고 싶은 기업은 매번 새로운 장비를 갖추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이 점이 바로 신경제에서의 주가회복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낙관론의 토대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결과도 대부분 ''약세 끝,강세 시작''의 사인을 보여준다.

17만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전망을 조사하는 미국개인투자자협회는 작년초 75%였던 강세느낌이 지금은 26%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존 마르크스 회장은 "강세느낌이 65%를 넘으면 하락,25% 아래면 상승을 예고한다"며 지금이 바닥권이라고 설명한다.

월가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평가받는 골드만삭스의 애비 코언은 "정말 찬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주식을 사는 게 가장 작은 위험으로 가장 큰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숫자보다도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미국 경제의 거울인 월가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