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9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뇌물 등 불법범죄 행위로 벌어들인 "검은 돈"을 숨기거나 세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한편 이를 몰수.추징할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특히 불법정치자금 세탁도 처벌할수 있도록 했다.

◇ 주요 내용 =자금세탁방지법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두 개로 돼 있다.

''범죄수익규제법''은 밀수나 뇌물수수 등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정상적 수익으로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이 되는 범죄는 △범죄조직이 직업적·반복적으로 행하는 범죄 △밀수 등 거액의 경제 범죄 △공무원의 뇌물 등 부패행위 △해외 재산도피 범죄 등이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은 불법자금 세탁혐의가 있는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해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정보분석기구(FIU)를 설립하도록 했다.

또 금융기관들이 검은 돈일 것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에 대해 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혐의거래 보고제''를 도입했다.

◇ 어떤 범죄가 대상인가 =불법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범죄로 얻은 수익, 윤락행위 강요로 얻은 수익, 금융기관 임직원이나 공무원의 뇌물수수, 해외 재산도피, 탈세,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36종 1백10개 범죄가 대상이다.

탈세 관련 조항은 ''부정환급을 받은 경우''로 한정됐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모든 종류의 조세포탈 행위를 포괄하고 있었지만 여야 합의과정에서 바뀌었다.

재정경제부 김규복 FIU구축기획단장은 "범죄단체를 조직해 불법행위로 번 돈, 사기나 횡령, 수출입물품 가격 조작 등으로 얻은 수익이 해당된다"며 "검은 돈을 숨기거나 검은 돈임을 알고도 받는 자를 모두 처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행위는 모두 형법 관세법 등 개별법상 범죄에 해당되므로 가중처벌되는 결과가 된다.

◇ 파장 =지금까지는 검은 돈을 세탁해 버릴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또 형법상 범죄자금 몰수 조항이 있으나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활용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자금세탁방지법은 범죄행위로 벌어들인 돈이나 그 돈을 활용해 불린 재산까지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해 보다 강도높은 제재가 가능하게 됐다.

검은 돈이 세탁을 거쳐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나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것도 상당부분 걸러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부실기업인이 해외에 재산을 도피하기 위해 자금을 세탁하려고 하면 이를 도와주는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다.

재경부는 범죄수익이나 증식 재산 등을 몰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범죄의 경제적 동기를 제거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