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급락으로 손해를 입은 아시아투자자들은 가치주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일본과 홍콩증시를 방문한 미국 취리히스커더투자의 로널드 테일러 이사는 가치주를 높이 평가하고 이들 주식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테일러는 그러나 "아시아 투자자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향후 증시 투자환경에서 가치투자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벤치마크 쿼터리펀드가 최근 주요 아시아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설문에 응한 매니저들중 63%가 향후 3개월내에 아시아 이외 지역중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유럽을 꼽았다.

향후 12개월내에서는 46%가 유럽을 선택했다.

미국을 지목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종목을 묻는 질문에는 33%가 향후 12개월간 기술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단지 9%만이 테일러가 선호하는 유틸리티(공공사업)나 경기주와 같은 주식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36%는 유틸리티의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며 9% 정도만 올해 기술주와 텔레콤주 비중을 줄여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해 아시아 기술주 펀드가 49%나 급락, 전통적인 성장부문 펀드의 평균 하락률 33%를 상회했음에도 기술주에 대한 아시아 펀드매니저들의 선호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마이크로팔 펀드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유틸리티 펀드는 6.7% 수익률을 기록했다.

테일러는 이에 대해 "사람들은 기술주에서 급격하게 손해를 본만큼 빨리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기술주 급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추가로 하락할 여지도 많다는 것을 얘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치투자가 크게 유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가치주는 외면받고 있다"며 "미국투자자들은 나쁜 타성에 젖어 언제나 두자리수 수익률만을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테일러는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지역을 구분하지 말고 산업별로 투자종목을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유망업종으로는 에너지와 유틸리티 금융서비스 등을 꼽았다.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5%대에 비해 급격히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가 예상되지만 가치주는 전망이 비교적 밝다고 덧붙였다.

테일러의 가치주 추천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달리 가치주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금융기관이 기업들의 부도로 엄청난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리스크도 큰 편이다.

이에 대해 테일러는 "열심히 찾아보면 저평가된 우량한 기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저평가된 가치주식부터 살펴올라가면 진흙속에서 진주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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