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장이 관광명소로 떠오르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중파 방송사들의 사극 촬영장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충주댐 상류에 1만2천평 규모로 개설된 MBC 재오개 오픈세트장의 경우 충주시가 재오개낚시터 자리를 제공한 것은 물론 5억원을 들여 전기시설 등의 부대시설까지 마련해 줬다.

여기에 MBC 미술센터가 8억원을 들여 조선시대 관아와 나루터를 세웠다.

사극촬영을 위해 마포나루터를 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중이던 MBC가 충주시에 오픈세트장 건립을 제의하자 충주시 의회가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

충주시 공보과 관계자는 "인근 문경시와 제천시가 태조 왕건 세트장으로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유치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재오개 오픈세트는 오는 26일부터 방송되는 사극 ''홍국영''을 시작으로 ''다모'' ''상도'' 등 MBC의 사극촬영장으로 활용된 후 소유권이 충주시로 넘어간다.

충주시는 20분 거리에 있는 수안보 온천을 비롯 월악산 충주호 등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SBS는 제작비를 포함,총 3백억원 규모의 세트장 건립을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중이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충북 제천 및 진천,경북 김천 등으로 현재 해당 지자체들이 물밑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SBS는 지자체와 공동출자로 약 90억원을 들여 3만5천평 규모의 반영구적 사극·시대극 전용세트장을 세우고 나머지 비용은 시대극과 사극제작에 투입할 예정이다.

박희설 SBS외주제작팀장은 "이번 주 안으로 세 후보지 가운데 적임지를 골라 내부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사와 지자체가 사극세트장 건립과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태조 왕건''의 영향이 크다.

지난 99년 11월 문경새재 용사골에 문을 연 2만평 규모의 ''태조 왕건'' 세트장은 문경시 관광객 증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99년 40만명이던 문경새재 관광객이 2000년에는 2백만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에 힘입어 전체 관광객도 전년에 비해 3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3월 청풍문화재단지내에 태조 왕건 세트장을 세운 제천시도 단지내 관광객이 전년 대비 5배 가량 늘었으며 전체 관광객도 1.5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해 11월 문을 연 안동 해상촬영장과 세트장도 주말이면 주변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하고 있다.

지자체의 촬영장 유치붐에 대해 KBS 안영동 주간은 "지자체들이 방송사에 빌려준 땅위에 합판으로 지은 오픈세트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한다면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방송사들의 장기 프로그램기획과 지자체의 철저한 사후관리 및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